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송치영 부사장. 사진=포스코이앤씨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연속적인 사망사고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난한 포스코이앤씨의 대표를 전격적으로 교체했지만, 무의미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휴가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6일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제재방안을 모두 찾아보고 보고할 것을 대통령실에 지시하면서 포스코이앤씨가 존폐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연속적인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가능한 사고가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할 것도 지시했다"며 "이러한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벌대상제 등 가능한 추가 제재 방안도 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상황에서 내린 지시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얼마나 엄중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에 대해 엄격하게 다스릴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책했고, 당일 정 사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안돼,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당해 의식불명 사고를 당하자, 대통령이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장인화 회장 입장에서는 현재 휴가 중인 대통령이 다음 주 월요일 출근과 함께 휘두를 칼날을 피해볼 의도로 서둘러 꼬리를 자르는 차원에서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의미 없는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 광명현장에서 사고가 난 직후 대통령실 정유경 대변인이 포스코이앤씨의 연이은 사고와 관련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미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포스코이앤씨의 사태를 포스코그룹 전체의 문제로까지 확대해서 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황이다.
포스코이앤씨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바로 다음날 휴가 중인 대통령이 강력한 제재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보면, 대통령의 타겟은 포스코이앤씨를 넘어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장인화 회장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장인화 회장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선임된 입장에서 남은 1년 반의 임기와는 관계없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사사건건 문제를 삼을 경우 정상적으로 임기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인데, 이번 대통령의 단호한 제재 방침은 결정적인 회장 교체 사인으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으로 이해된다.
신임 송치영 대표이사 부사장은 1964년 생으로 부산 부경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 포항공과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석사 출신으로서 1989년 포스코 제강정비과에 입사한 이후 36년 째 한 직장에서 근무한 포스코맨이다.
2021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포스코이앤씨 안전보건센터장(CSO, Chief Safty Officer)을 맡았는데,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5년 간 현장 안전사고로 25이 사망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시기였다. 포스코이앤씨는 2016년 5명, 2017년 3명, 2018년 10명, 2019년 4명, 2020년 2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송치영 CSO가 오면서 사망사고가 다소 줄어들었다. 2020년 사망사고 2명이던것이 2021년 1명, 2022년 0명이었고, 2023년 1명 사망사고가 났다. 지난 2024년에는 총 5건의 사고로 6명이 사망했지만, 4월 3일 포스코엠텍 대표이사로 발령을 받아 회사를 떠날 때까지 1명이 사망했으니까 송 CSO 재임 3년 3개월 간 3명의 사망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1년에 1명 꼴이니까 현재 포스코이앤씨 모습과는 매우 다른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포스코이앤씨가 놓여있는 상황을 볼 때 송 대표가 안전사고의 고리를 끊어내고 정상적인 기업으로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포스코이앤씨는 대통령이 현장의 근로자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개선해야 할 대표적으로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에, 정부나 수사기관의 집중적인 관리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안산선 부실에 대한 국토부의 조사가 9월에 발표될 예정인데, 부실공사로 판결될 경우 포스코이앤씨는 대통령의 경고대로 진짜 건설업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현재 대통령의 칼날이 장인화 회장을 겨누고 있는 것으로 보여, 장 회장이 1년 6개월 여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날 경우 장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송 대표 역시 물러나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송 대표는 2024년 4월 포스코이앤씨 CSO 전무에서 포스코엠텍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한달 전에 회장으로 취임한 장인화 회장의 첫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단에 오른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장 회장이 임기 도중인 올해 말에라도 물러날 경우 전중선 전 사장 10개월, 정희민 전 사장 8개월에 이어 반년도 안되는 대표이사 임기를 갖는 처지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중선 전 사장과 정희민 전 사장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어서 판결 여부에 따라 전직 사장들이 줄줄이 실형을 살 가능성도 높아 앞으로 포스코이앤씨의 길고 어두운 터널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