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고로에서 열연 생산 장면. 올해 하반기 철강경기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포스코
우리나라 5월 산업생산이 1.1% 감소하는 등 전산업 생산이 두달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하반기 산업 전반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2025·년 경제성장률 역시 우려되고 있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산업(全産業) 생산지수는 112.5(2020년=100)로서 전달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0.8% 감소한 이후 두 달째 마이너스 성장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3.0% 줄면서 하락세를 확대시켰다. 특히 설비투자는 4.7% 줄면서 3월 -0.5% 이후 석 달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성도 전달보다 3.9% 줄면서 석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건설수주는 1년 전 대비 5.5%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 대비 0.4% 하락했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전 달에 비해 0.1% 하락해 하반기 전망 역시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하반기 산업별 기상도를 내놨는데, 조선업과 방위산업 외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예상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 석유화학
불황의 연속, 누적된 공급과잉 해소 지연 2025년 하반기 관세 우려 재점화 가능성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아 경기 둔화 속에 석유화학 수요 부진이 예상되며, 일부 이연되긴 했지만 여전히 증설 부담이 큰 편으로 과잉공급상태가 지속되어 가동률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중동 분쟁 등으로 유가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원유 증산, 석유 수요 둔화 등으로 유가가 하락 우위를 보일 전망이어서 원가 부담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수급 회복이 어려워 제품 마진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에틸렌 및 프로필렌계열 제품은 중국의 공급 부담이 커서 BEP 를 상회할 정도로 스프레드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고, PX 는 증설 부담이 크지 않지만, 전방 수요 회복이 불투명하여 마진 개선 수준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LG 화학은 실적 회복 수준과 재무안정성 확보가 주요 관건이다. 그 간 이차전지 증설 등으로 확대된 차입 부담이 과중하고 향후에도 투자 부담이 내재되어 있어 자체 영업현금창출로는 단기간 내 현 수준의 신용도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원가절감을 통한 영업현금창출 회복 수준과 설비 효율화,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감축 여부가 관심 포인트다. 그 외 한화토탈에너지스와 SK 지오센트릭은 약화된 영업현금창출력을 감안할 때, 투자, 배당 조정으로는 재무안정성을 제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천 NCC 는 추가증자 여부, 재무 개선 계획 등을 통해 재무비율을 준수해 재무안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HD 현대케미칼의 경우 설비 효율화, 구조조정 진행 속도, 재무 개선 효과 등 문제점 해결이 급선무다.
2. 이차전지
셀은 2025년 1분기에는 이차전지 업계 공급이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하반기부터 국내 셀 3사의 미국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될 예정으로, 핵심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보조금 수취 확대는 셀 업체의 수익성 회복 시점을 앞당기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반기 자체 영업현금흐름만으로는 투자부담 대응이 어려워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는 셀 업체 대비해 회복 시점이 지연될 전망이며, 셀 업체 대비 공급망 하단에 위치해 있어 영업실적 회복이 셀 업체의 물량 증가 흐름에 후행하여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영업현금흐름 개선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외 투자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 적자와 차입금 증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25년 들어 리튬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 업체의 경우 재고평가손실 및 판가 인하에 따른 부정적 래깅효과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 리튬가 상승이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물량 회복에 따른 가동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사 수익성은 과거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3. 건설
2025년 1분기부터 매출원가율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사원가 상승세가 둔화되며 추가적인 원가율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원가상승분을 반영한 매출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하반기는 상반기 대비 추가적인 원가율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방시장을 중심으로 잔존하는 미분양 물량을 감안할 때 대손 반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과도한 지방 미분양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관심 16개 건설사들의 2024년 9월 ~ 2025년 2월 사이 분양현황을 보면 미분양의 68.9%가 지방에 분포한다.
따라서 향후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는 국내 주택사업 포트폴리오의 지역별 분포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원가 상승으로 도급사업 수익성이 한계를 나타내고,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수도권 중심의 정비사업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형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사미수금 부담이 재무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16개 건설사 지난해 말 기준 공사미수금 잔액이 약 29조원으로 1년 만에 3조원 증가했다.
아직도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이스라엘-이란 분쟁으로 인해 중동리스크로 인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진출 건설사들은 별도의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4. 철강
비우호적 수급환경 속 수익성 개선여력은 제한적이며 전방산업의 수요부진,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신흥국의 조강생산능력 확장세로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당분간 수입 철강재로 인한 공급과잉 부담이 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판가 인상 및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미국 향 수출 철강제품에 대한 50%의 추가 관세 부과 부과로 대미 수출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 내 수급환경 개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원가 제어능력 등이 열위한 하공정 기업들은 높은 실적 하방 압력에 노출될 전망이다. 고로 및 전기로 등을 기반으로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상공정 업체들의 경우, 전후방 가격교섭력 및 손익 통제여력은 일정수준 인정되나 이익창출력의 정체 내지 감소세를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의 경우 그룹 철강·이차전지소재 중심의 투자, 주주환원을 위한 자금소요 및 배당요구 확대는 중단기 잉여현금 창출 및 차입금 축소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 전기로 건설(총 투자규모 58억달러, 자기자본 및 외부차입 각각 50%로 조달, 자기자본은 그룹 계열사 및 외부 투자자 공동출자 추진), CDQ(코크스 건식소화설비) 신설 및 3세대 강판 투자 등에 수반되는 자본적지출 계획을 감안 시 일정수준의 재무부담 상승이 예상된다. 세아베스틸 계열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른 인건비 추가 지급부담, 그룹 차원의 미국 특수합금 시장 진출에 따른 큰 폭의 자금 소요로 차입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 자동차/부품
완성차는 미국 관세 부담에 따른 수익성 하방 압력 확대 2025년 4월 3일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은 선제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미국 시장과 경쟁사 동향을 고려한 follower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 판매량의 60% 이상을 수입 물량으로 대응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에 따른 수익성 하방 압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역시 2025 년 5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료 조달처 다변화, 관세 부담으로인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한편, 미국 상원에서 전기차 구매보조금(fleet 판매 포함)을 법안 제정 후 180일 이후 폐지한다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어 현대차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현대차가 구글 웨이모와 체결한 로보택시용 전기차 공급 계약을 통해 전기차 구매보조금과 무관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고, 하이브리드 대응력을 보유하고 있는 완성차그룹으로서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 수요를 하이브리드 수요로 흡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6. 제약/바이오
전통 제약업체 간 사업경쟁력 및 실적 차별화 양상 지속 약가 인하기조,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방문 환자수 감소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미국, 유럽 등 핵심시장으로의 수출 확대 노력과 함께 ADC(항체-약물 접합체), 비만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고성장 분야로의 신사업 진출 및 설비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에 따른 공급망 재편은 글로벌 고객기반 확대 등 국내 CDMO 업계의 중장기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제품 단가 하락, 경쟁 심화로 인한 점유율 하락 위험 등이 내재하나 일련의 신규 품목 출시 등이 안정적인 매출기반 성장 및 이익창출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의 의약·바이오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시행될 경우 미국으로 년간 39억8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관현 산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관세 부과에 노출된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공급단가 인하 압박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한미약품의 롤베돈, SK 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국내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완제(DP) 형식으로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7. 반도체
하반기에도 현재까지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HBM, eSSD 등 고부가제품은 양호한 수요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연초 중국 AI 스타트업이 공개한 ‘딥시크(DeepSeek)’가 AI 모델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것으로 알려지며 고부가 메모리 수요 감소가 우려되었으나, 오히려 AI 개발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고용량 메모리 모듈(DIMM) 수요가 크게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범용 메모리 제품의 경우, 제조업계 공급량 조절 등으로 완만한 가격 회복세를 유지하나 미·중 기술 패권경쟁 및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 등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인한 IT 수요 위축 가능성을 감안 시 높은 가격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SK 하이닉스의 경우, HBM 시장 내 선도적 경쟁지위 및 우량 고정거래기반을 토대로 하반기에도 이익창출력 제고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부가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부담은 높아지겠으나, 매출액 대비 30% 중반 수준의 연간 투자규모 관리, 순현금 달성 목표 등 재무건전성 강화 기조를 감안할 때 점진적인 재무안정성 개선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의 CHIPS법 폐지 및 수입 반도체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 예고에 따른 불확실성과 미국 내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전방수요 위축이 메모리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도 높다.
한국기업평가 유준위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 기계업은 등급 하향 모멘텀 강화 등을 감안하여 등급전망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경하였다. 반도체, 방산업은 등급 상향모멘텀 개선 등을 고려하여 등급전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경하였다”면서 “건설, 이차전지업은 사업환경 및 등급전망을 비우호/부정적으로 유지하였다. 올 하반기에 건설업은 미분양 관련 리스크 등으로, 이차전지업은 부정적 수급상황 등으로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석유화학, 이차전지업은 타 업종 대비 등급 하향 모멘텀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