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단으로 폐쇄된 중국 허베이성 어저우시의 어저우 동역. 잡초 무성한 채 방치돼있다.
'골골80'이란 말이 있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이야기다. 몸이 아픈 사람은 늘 병원을 다니니, 중병으로 변하기 전에 미리 치료하므로 큰 병을 앓지 않는다는 것. 주변에서 보면 건강하게 살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나 암에 걸려 곧바로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모습도 이러한 병이 악화하는 과정과 약간 비슷한 측면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북한에서 탈출해 대한민국 품에 안긴 사람들이 깜짝 놀란 게 끝없이 이어지는 '시위'와 부정부패 사건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시위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 흉악범죄 등에 의해 대한민국은 곧 망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대한민국 경제는 끄떡없이 발전해 오늘의 모습을 이루었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는 겉으로는 조용하다. 온갖 부정부패가 숨겨지고, 각종 사회 범죄가 언론 통제로 인해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억눌린 에너지는 어느 순간 강력한 핵폭발로 변한다. 옛소련과 동유럽이 그런 과정을 통해 망했다.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치유하지 않고 놔둔 결과, 어느 한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자 사회 자체가 붕괴한 것이다.
그런데도 좌파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일사분란한 충성,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획일주의'를 참으로 좋아한다. 6.3대선 이후에도 '권력을 향한 찬미와 찬사'가 연이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옛 사회주의 국가를 떠올리게 된다. 권력에 대한 옛사람들의 고언, '화무십일홍'을 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는 너무나 많다.
중국에서 시진핑이 집권한 후 13년이 지났다. 최근 시진핑이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조만간 퇴진할 것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각종 잘못이 덮어졌다가 수면 위로 부상한 모습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지하철과 고속철도로 인한 적자로 심각한 재정파탄의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여년 사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중국 도시 지하철이 지방 재정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 실적을 공개한 중국 28개 도시 중 26개 도시가 대규모 적자를 냈다. 29개 도시 지하철 부채 규모도 2023년말 기준 4조3000억 위안(약 810조원)이나 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전국 55개 도시가 지하철을 운영 중이지만, 이 중 1km 당 일일 이용객 수 1만명을 넘어 수요가 충분한 곳은 베이징, 상하이 등 7~8곳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각 도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하철을 건설해 대부분 적자행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집중적으로 늘어난 고속철도의 만성적자는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석 취임 첫해인 2013년 1만1000km였던 고속철 총연장은 작년 말 4만8000km까지 늘어났는데 고속철 건설과 운영을 맡은 국가철도그룹은 만성 적자 상태에 빠졌고,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3년 3조2300억 위안이었던 이 회사의 부채는 작년 말 6조2000억 위안까지 늘어나 지난해 8월 기준 국가철도그룹의 부채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도산한 헝다그룹 부채의 2배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모든 과잉투자의 원인은 중국의 재정확보 대부분은 부동산을 기업에 팔아 충당하는데, 땅을 비싸게 팔기 위해 역을 많이 만들어 역세권을 의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역을 만들어 땅값을 비싸게 받을 당시는 좋았지만, 결국 엄청난 적자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모두 떠안고 해당 기업이 파산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미 전국 26개 고속철도역이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안그래도 부동산 거품 붕괴와 소비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철도 부채까지 겹쳐 중국정부의 재정 상황이 말이 아닌 상황에 이르자, 중국 지방정부 중엔 공무원 월급과 수당까지 대폭 줄이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 굴기 등 잘 성장의 모멘텀을 잘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일시에 재정 악재가 터지고 있다.
일사분란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곪고 있는 것과, 겉으로 봐서는 상처 투성이지만 안으로는 드러난 상처를 치유해 정화되는 것, 어느 것이 오래 갈까?
코라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