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새 대통령이 동맥경화에 걸린 부동산시장의 해법을 과연 찾아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 아파트 단지들 뒤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 사진=수도시민경제

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2주일도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 대부분의 관심은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의 부동산시장 움직임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개인 자산의 75% 이상이 부동산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새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특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항상 대통령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시장이 요구한 부동산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첫째 ‘수급’ 둘째 ‘규제’, 셋째 ‘세제’ 등 세가지다.

수급불균형의 주범인 ‘공급’, 공급을 막는 원인이 되는 ‘규제’, 수요를 막는 ‘세제’ 등 세가지 정책의 균형 여부가 결국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느냐 불안하게 하느냐를 판가름 짓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통령들이나 대통령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이 세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파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 역시 이 범주에 속해있다. 그들이 추천하는 대책들을 모아보면, 주택공급 정상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확대, 지방 미분양 해소방안, 세금 및 대출규제 조정, 다주택자 규제완화 및 세제완화, 부동산 세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세금 및 대출규제 조정, 임대차법 개편, PF 및 건설사 유동성 문제 해결 등으로 모아진다. 거의 대부분이 수급, 규제, 세제의 범주 속에서 내놓은 제언들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봐도 대부분 이 범주 안에 있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 3명을 놓고 보면, 3명 모두 공통적으로 주택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최우선 부동산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가장 필요한 해결과제를 공급부족으로 본 것이다.

공급 방식에 있어서 이재명은 공공중심, 김문수는 공공 및 민간 혼합, 이준석은 민간중심으로 나뉘지만 결국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지 공공과 민간 모두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에는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세제정책에서는 후보들 간에 생각을 달리하는 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은 과도한 세금규제를 지양하는 한도 내에서 현행 세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김문수는 세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서 다주택자 부담까지 덜어준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실수요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대신 다주택자 중에서 2주택자까지는 세제를 완화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과 1기신도시의 최대 관심사인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해서는 대부분 용적률 상향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내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이재명은 공공자산 활용, 김문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권한 지방이양으로 사업 속도 제고, 이준석은 59㎡ 공급확대를 내세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후보들의 준비기간이 짧아서인지 특별한 부동산 정책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이미 오래 노출됐기 때문에 기본적인 메뉴는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시장은 자칫 잘못 건드리면 후유증이 크고 오래가기 때문에 섣불리 손대기 보다는 조금씩 수리를 하면서 시장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반대로 가려다가 시장을 망가트린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됐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진보 정부에서 집값이 많이 뛰었다. 부동산을 과도하게 규제하다 보니 공급이 위축되고 수급불균형이 깨지면서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게 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국 38%, 서울 60% 상승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전국 57.1%, 서울 53% 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국 38%, 서울 62%올랐다. 반면 보수 정부에서는 보합 수준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전국이 16% 오른 데 반해 서울은 3%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국과 서울 모두 10%씩 올랐다. 집값이 유일하게 하락한 윤석열 정부 3년 간 전국 11%, 서울 5% 각각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정책을 많이 낸 정부는 문재인 정부였다. 총 30여 차례 정책을 발표했는데, 정책이 너무 많다 보니 앞의 정책을 뒤의 정책이 뒤집고 그러다 엉뚱한 땜질처방이 나오고 하는 과정에서 통계자료 조작까지 하게 됐다.

현재 우리 부동산시장은 사람으로 치면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혈관이 돌지 않고 멈춰 신체 곳곳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설사, 시행사, 소비자 모두 불안한 상태로 모두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3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은 6만8900가구에 이른다. 지난 1월 7만2600각구에서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원인은 분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미분양은 2만5117가구로 계속 증가추세다. 문제는 악성미분양의 81.79%가 지방에 몰려있다.

21대 대통령에 당선자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 해결이 시급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해결과제가 부동산 시장 문제 해결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6월 위기설도 있고, 하반기를 넘기기 전에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금융시장까지 덮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택의 양극화 현상, 여전한 영끌, 주택담보대출이 상당수인 GDP 수준의 가계부채 문제, 숨넘어가는 건설사와 시행사들 문제 등등 우리나라 산업생태계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건설업이 붕괴위기에 놓여있다.

강남 부동산을 가진 자를 적으로 돌리면서 문제를 폭발시킨 문재인 정부나,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부동산 부양책을 쓴 박근혜 정부 같은 극단적인 시장개입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만 생물이 아니라 부동산시장도 생물이다.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의 원리를 지키는 정책으로 시장의 막힌 곳이 자연스럽게 뚫리고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새로운 물길을 내는 건전한 부동산시장을 유지시키는 것이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대선 준비기간이 짧다보니 솔깃한 부동산 정책이 나오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