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투자지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경기도 스타트업 지원 포스터
경기 둔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시장의 큰 버팀목이 돼왔던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스타트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로 이전을 하고 있지만, 구인난에 투자유치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게 돼 정부와 경기도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기업이 벤처에 투자한 정도를 알 수 있는 신규 벤처투자 조합 중 일반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15% 정도의 비중에서 반토막이 난 것으로, 기업들이 벤처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입반법인의 벤처투자는 최근 감소추세가 역력하다. 일반법인 벤처투자액은 2020년 1조8243억원에서 2021년 3조9955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22년부터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조6582억원, 2023년 2조7225억원, 2024년 2조3152억원 등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올해는 2021년 이전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반 기업들이 벤처 투자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기업들 주머니 사정도 악화돼,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초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 민간 출자사 참여 계획을 철회했고, 현대차그룹도 3000억원 벤처펀드 결성 계획을 철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기업들 역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우선 고정비인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전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스타트업 전문 분석기업인 더브이씨에 따르면, 서울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3곳이었던 경기도 이전 스타트업은 2021년 35곳, 2022년 44곳, 2023년 52곳, 2024년 45곳이 본사를 옮겼다.
반면 경기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은 2024년 31곳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전한 기업이 14개 더 많았다.
문제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경기도로 옮겼지만 그에 따른 역작용이 발생해 경영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는 다소 줄였지만, 일단 경기도로 오겠다는 인재가 없어 구인난에 빠졌고, 투자사들 역시도 경기도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투자액도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긴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액은 대폭 줄어들고 있다. 2022년 2112억원, 2023년 1794억원, 2024년 861억원으로 2년 간 6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한 스타트업 투자액이 2022년 2694억원에서 2024년 1864억원으로 30% 줄어 비교적 서울로 이전한 스타트업들의 사정이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들의 경제사정이 좋지못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사정이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전했지만, 구인난에 투자유치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빠진 것이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5월 1일 기준 서울 소재 스타트업은 5629곳, 경기도에는 1917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테헤란로가 스타트업의 성지인 것처럼, 경기도 역시 판교에 벤처밸리가 있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도라는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고 경기도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경기도 소재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경기도로 이전하는 것은 딱 한가지 비용절감이 목적인데, 우수한 인재가 서울 테헤란로를 떠나지 않으려고 하면서 구인난에 허덕이고, 거기다가 투자유치도 어려워져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다”면서 “특히 투자유치 가 절박한데, 투자 전문 기업 대신 정부나 경기도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경기도 전입 스타트업을 위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