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가 미국 내에서는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내전을 치르고 있어 트럼프 전쟁이 국내외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새삼 좌파와 우파 간의 이념전쟁에 빠졌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언론에서 ‘문화전쟁’으로 표현되는 트럼프의 대학들과의 전쟁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대학들의 반유대주의 주장과 관련한 충돌로 보이지만, 실제는 지식으로 무장한 좌파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온상인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대한 견제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학들이 중동 사태와 관련 반유대주의를 계속 유지할 경우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폐지하고, 면세지에서 해제시켜 세금을 부과하고, 유학생들 비자도 뺏어 자신들의 나라로 추방시키겠다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단 컬럼비아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4억달러 규모 보조금 계약 취소에 따라 굴복했고, 코넬대와 노스웨스턴대 등 다른 대학들도 항복을 한 상태지만, 트럼프는 아직도 보조금 재개를 하지 않으면서 추가 요구사항을 통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간 약 20억 달러의 보조금을 미 행정부로부터 받는 하버드대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 그리고 여러 대학들이 하버드의 입장에 동조하기 시작하면서 관세로 인한 각국들과의 전쟁 못지 않은 미국 내 이념 전쟁에 불이 붙었다..

트럼프가 이들 대학들에게 가하는 압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겉으로는 반유대주의 철회지만, 반유대주의의 근본이 되는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지독한 반감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스라엘 유대주의를 반DEI로 보는 것이다.

골수 공화당원인 트럼프는 이 DEI는 소위 좌파들이 소수세력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전략으로서 국민들을 현혹시켜 나라를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DEI는 국가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시키기 위해 나온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넘어선 강제성을 띤 정책으로서 미국 민주당 정권이 엄청난 예산을 동원해 미국에서는 상당히 자리를 잡은 정책이지만 그동안 백인 및 미국 우월주의자들의 불만으로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기도 했다.

이것은 즉 소수자를 배려하는 문화확산 정책으로서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성별, 신체능력, 나이, 결혼여부, 지위 등과 관련 다양한 소수자를 배제시키지 않고 평등하게 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대학이 일정 비율의 여성, 유색인종, 외국인 등을 뽑도록 하는 것이고, 승진이나 평가에서도 소수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1년에 약 30% 안팎의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하버드대학교 입장에서는 외국인에 대해 차별을 한다는 것은 글로벌 명문대학교로서의 위상에 커다란 흠집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우수한 인재들의 국적, 인종, 종교 등등을 차별할 경우 하버드는 졸지에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촌동네 대학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교직원 채용에 대한 외부감사 역시 그런 기준이 적용될 텐데 세계 최고의 석학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또는 미국 국적이 아닌 또는 이슬람이라는 이유로 채용할 수 없다면 하는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버드는 이미 미국의 대학을 넘어서 글로벌 최고 대학이 된 만큼, 트럼프가 하버드를 길들이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고, 하버드가 법정으로 문제를 가져갈 경우 결국 트럼프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대학교는 미국이 독립한 1776년보다도 140년 앞선 1636년에 설립한 미국 최초의 대학교다. 잉글랜드 청교도들이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미 메사추세츠주에 상륙한 지 불과 16년 만에 미국의 1000년 대계를 구상하고 설립한 대학교로서 미국 개척정신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대학이다.

현재까지 8명의 미국 대통령과 16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현존하는 10억달러 이상 억만장자가 190명에 달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케네디,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이 하버드 출신이다.

2024년 기금은 532억4000만달러로 전 세계 1위다. 물론 미 행정부가 하버드에 지급하기로 한 20억달러의 보조금이 적지 않고, 면세지에서 해제시킬 경우 물어야 할 세금이 엄청나겠지만 하버드는 389년 역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떤 정부도 집권 정당과 관계 없이 사립 대학이 가르칠 수 있는 것, 누구를 고용할 수 있는지, 어떤 학문과 탐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는지 지시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많은 기업들이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은 데 이어 벌어진 대학들과 트럼프의 이념전쟁 결과에 글로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미국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DEI를 포기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은 트럼프가 DEI 폐지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곧바로 DEI 관련 직원을 대거 해고했고, 페이스북, 월마트, 아마존, 맥도날드는 이미 DEI 정책을 폐기시켰기 때문이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