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판교선 9공구 중 경기도 의왕시 학현마을에 들어설 예정인 환기구 공사를 위해 진입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해 10월 말부터 5개월 이상 공사가 중단됐던 경기도 의왕시 학현마을(학의동) 월곶-판교선 지하철 9공구 환기구 공사 진입도로 건설공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본 공사인 환기구 공사도 재개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입도로 공사로 인해 겉으로 보기에는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과 공사 반대를 주장해온 주민들 간에 합의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주민들의 공사 반대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조만간 감사원 감사청구를 준비중인 것에 더해 경찰 고발도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정상적인 공사 추진 여부가 안개 속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공사를 직접 시공중인 금호건설 담당자는 “향후 약 한 달간 진입도로 공사를 마치고, 3개월 후인 7월 쯤에는 환기구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고 말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주변 주민들과의 마찰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공사는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및 동의절차 등에 대한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7월 월곶-판교선 착공식 이후 현재까지 본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특히 이 곳 환기구 공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주민대책위원회의 결사적인 반대로 인해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돼왔다.
진입도로와 인접한 빌라 외벽이 온통 먼지로 오염돼있다. 창문과 벽에는 공사 반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현재 진입도로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는 지난해 10월 보였던 공사를 저지하는 시위 주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공사장과 인접한 빌라 주민들의 민원은 빗발쳤다.
공사장과 인접한 ‘낙원스카이뷰’ 주민 김복현 씨는 “환기구 위치를 변경하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갑자기 진입로 공사가 진행되고, 앞으로 환기구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지하터널 공사 과정에서 폭파공법을 쓴다는데 불안해서 살겠냐”면서 “지금 진입도로 공사만으로도 빌라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먼지가 너무 수북이 쌓이는 등 온통 먼지로 인해 창문도 못열고 빨래도 널 수 없는 지경으로 생활이 엉망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동안 주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구 이소영 국회의원실과 의왕시청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 의원실은 (행정적인 문제이니) 의왕시에 요청하라고 하고, 의왕시는 담당자가 연락을 받지 않아 주민들만 멍들고 있다”고 불만을 전했다.
현재 이곳 환기구 공사를 비롯해 월곳-판교선 9공구 현장은 청계역사 공사를 비롯해서 전 구간 공사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청계역사는 인근 전신주 이설 문제로, 학현마을 환기구 공사는 주민 반대로 중단돼있는데, 의왕시에 들어서는 또다른 환기구공사 역시 착공이 늦어지면서 이곳 9공구 공사 전체가 중단된 채 6개월을 끌어왔다.
국가철도공단이나 시공사인 금호건설 입장에서는 학현마을에 있는 환기구 공사라도 착공을 해 굴착에 들어가야 공기를 맞출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철도공단과 금호건설은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주민대책위가 물리적인 공사중단 행위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선 공사를 진행하고 추후 감사원 감사를 받아 감사책임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환기구가 설치되는 곳과 인접한 빌라인 '낙원스카이뷰' 1층 주차장에 설치된 기울기측정장비. 사진=수도시민경제
최근 주민들은 또 다른 걱정에 빠졌다.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공사장 인근 주택에 기울기측정장비를 주민이나 주택 주인의 동의 없이 설치했던 것이다. 이 장비는 지하 폭파굴착에 따른 주택의 기울기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로 알려졌는데, 주민들은 이 장비 설치와 관련 발파로 인해 실제 주택이 기울어지고 무너지기까지 할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 일요일인 30일 인터넷 국민민원으로 ‘기울기측정장비 무단설치’에 대해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수만 주민대책위 대표는 “기울기측정장비를 주민 동의나 건물주 허락 없이 금호건설이 설치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발파로 인해 건물이 기울어지고 이런 것이 누적이 돼 향후 공사 완공 이후라도 건물 붕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면서 “지난 일요일 경찰에 고발했고 월요일인 31일 경찰에서 금호건설에 대한 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환기구 위치에서 100m도 안되는 곳에 들어서는 '이룸타운 힐하우스'를 분양하는 분양사무소. 사진=수도시민경제
공사장 인근에서 신규 빌라를 분양하는 분양사무소도 울상이다. 환기구 위치에서 100m도 안되는 곳에 위치한 ‘이룸타운힐하우스’의 분양 담당자는 “분양을 해야하는데 주변이 온통 공사현장으로 인한 먼지와 소음 그리고 현수막들로 어지러워 분양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공사가 환기구 설치공사라는 것도 잘 알려져있지 않은데, 분양자들에게 지하철 환기구가 들어서는 것이 알려지면 분양에 더 큰 지장이 생길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환기구가 들어서는 위치에서 굴착기 등 중장비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그럼에도 시공사인 금호건설 입장은 단호하다. 금호건설 공사 관계자는 “주민대책위가 감사원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감사청구를 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공사가 6개월 지연되면서 금호건설도 피해가 크게 발생했는데, 그동안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진입도로 변경과 근로자 숙소 위치도 변경 중이다”고 말했다.
주민들 역시 공사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주민대표 안수만 씨는 “주민들은 공사재개와 관련해 어느 것도 합의한 적이 없고, 200여 가구 1000여 명의 주민들이 현업에 바쁜 사정으로 물리적인 시위에 나서지 못한 틈을 노려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과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데, 현재 감사원 감사청구 신청을 위해 주민동의 300명 이상을 받았고 다음 주 감사청구서를 접수할 예정이다”면서 “그 외에도 주택가에 무단으로 설치한 기울기측정장비에 대한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국가철도공단이나 금호건설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진입도로를 변경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주민들은 근본적으로 환기구 위치 변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발주처가 진입도로 변경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