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미국 국채 보유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이는 단순히 이해충돌이나 도덕성 차원을 넘어선, 자칫 내부정보 이용이나 배임에 해당하는 범법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최 부총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가 열린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는 최 부총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30년물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 증시 하락과 경제위기, 그리고 원화가치 하락에 경제 수장이 베팅을 하다니,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원화가치를 지켜야 하는 경제부총리가 원화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즉 환율 변동에 투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등등 비난이 쏟아졌다.
환율 흐름, 국내 국채 상황, 증권시장 흐름 등 모든 것을 주관하는 총 책임자로서 모든 정보의 정점에 있는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 상품에 투자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과 명분으로도 해명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만약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정기적금에 대거 가입하거나 관련 금융상품에 왕창 투자해놓고는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어떻겠는가? 범죄일까 아닐까?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하면 해명이 될까? 이런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약 1억 7000만원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점을 지적받아 처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24년 8월 1억9700만원어치의 미국 국채 30년 물을 매입한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게 된 것이다.
부총리 청문회에서 지적을 받고 매도를 해놓고는 8개월 만에 그 미국 국채를 다시 또 매입했다는 것인데, 참으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공직자의 양심이 있는 것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명으로 최 부총리는 “2018년부터 가지고 있는 외화 예금계좌를 통해 국채를 매입한 것이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 전의 예금계좌에 있는 달러는 국내 달러 즉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에 들어가지만, 국채를 사는 순간 1억9700만원어치의 달러는 미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러를 동원해 산 미국 국채를 통한 이익은 대부분 환차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동안 환율이 올랐다면 그만큼 이익을 보는 구조다. 최 부총리가 달러예금계좌를 열었다는 2018년 평균 환율은 1달러 당 1100원 수준이고 17일 현재 1420원이니까, 단순히 환율인상으로만 30%의 수익이 난 것이다. 초기 투자금이 2억원이면 지금까지 환차익으로만 6000만원을 번 셈이다.
여기에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 30년 물을 샀다고 하는 지난해 8월은 미 국채금리 30년물의 수익률은 5%를 넘어 2007년 이후 17년 만에 국채 가격이 가장 싼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 국채 투자로 인한 순수 이익도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밤 미 국채 30년물의 수익률은 4.742%로 최 부총리가 매입한 시점보다 국채 가격이 올라갔다. 앞으로 트럼프 경제정책의 최고 목표가 미 국채 가치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최 부총리의 미 국채 자산가치는 지속적인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달러를 털어서 미국 국채에 투자를 했다는 것인데, 최 부총리는 앞으로 우리나라 환율을 불안하게 보고, 미국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성공해 미 국채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명백히 이율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과연 한국 경제의 정상화를 원할까, 미국 경제의 안정을 원할까?
그래놓고는 “그냥 가지고 있는 달러로 국채를 샀을 뿐”이라고?
최 부총리가 한덕수 총리 탄핵으로 대통령의 대대행을 할 때 편을 들어줬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날선 비판을 내놨다.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한 이 총재는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매입은 환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의심을 받을 만한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과 관련 비난 여론에 대해 “최 대행까지 탄핵이 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다”면서 “비난을 받을 줄 알면서도 결정한 것은 나중에 크게 평가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편을 들어준 적이 있었다.
공직자로서의 윤리도 없고, 말 바꾸기를 밥먹듯 하고, 스마트폰을 바꿔놓고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가 바꾼 사실이 발각되자, 폰이 망가져서 할 수 없이 바꿨는데 망가진 폰도 가지고 있어서 바꾼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둘러치기를 하는 인물이 이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경제 수장이라는 것이 한심함을 넘어 불안하고 위험스럽다.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놓고도 엉터리 이유를 대면서 궤변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참모들의 어처구니 없는 민낯에 말 그대로 유구무언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