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는 법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가능성의 문제를 넘어, 헌법 정신과 국가 운영의 연속성이라는 더 큰 가치에 관한 문제다.

권한대행의 헌법적 위치와 책무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의 본질적 취지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헌법학계와 국회 입법조사처의 다수 견해에 따르면, 권한대행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에 있다. 헌법학자들은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출까지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며, "새로운 국정 방향 제시나 대규모 인사 개편은 권한대행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관 임명 논란과 그 함의

특히 대선을 앞둔 중대한 시기에 새로운 국정 방향을 제시하거나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이러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한덕수는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하는 결정을 내려 헌법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헌법학계 다수는 이를 "권한대행의 범위를 넘어선 월권적 행위로, 위헌 소지가 크다"고 평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자제했던 선례가 있다. 이는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한 헌법적 자제와 존중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덕수 측은 "헌법재판소의 정상적 기능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헌법소원과 국회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는 더 큰 헌법적,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법적 허용과 정치적 정당성의 간극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덕수도 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사퇴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권한대행이 사퇴하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중대한 시기에 국정 지도부의 연쇄적 교체는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헌법학계는 "법적 허용과 헌법 정신은 때로 충돌할 수 있다"며,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는 법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헌법이 상정한 권한대행 제도의 본질적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한덕수가 권한대행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정의 안정적 운영과 공정한 선거 관리다. 이러한 본분을 저버리고 대선 출마라는 개인적 정치 행보를 선택하는 것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부여받은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는 행위다. 헌법이 허용하더라도 헌법 정신은 분명 이를 권장하지 않는다.

헌법 정신의 회복을 위하여

법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 법적 허용과 정치적 도덕성은 때로 충돌하며, 헌법의 글자보다 정신이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 한덕수의 대선 출마는 법적 가능성의 경계선에서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정치 이익을 위해 장기적 헌법 가치를 희생하는 결정이며,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계산을 넘어, 우리 헌정 질서의 근간과 민주주의 가치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법의 경계 안에서도 헌법 정신을 존중하는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독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