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모습

지난해 5월 10일자 본지를 통해 ‘불통 대통령 만든 무능 참모 바꿔야’란 칼럼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총선에서 딱 한달 지난 시점으로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반성 없이 불통의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쓴 글이었다.

그러한 불통의 모습은 같은해 5월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한 기자간담회에서 역력히 보여줬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은 집권당인 국민의힘에 대통령 탄핵 저지선인 101석을 간신히 넘긴 108석을 줬다. 윤 대통령은 그때부터 국회에서 108대 192라는 초유의 악조건 속에서 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여전히 협치와는 거리가 먼 불통 모습을 보였다. 주변 참모들 면면을 보면 참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김건희 라인까지 입에 오르내렸으니.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는 총선 대패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그동안의 본인 자랑하기에 바빴고, 국민들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 성과 나열로 자화자찬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그런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108석의 의석을 준 것도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불통 대통령을 만든 무능 참모를 바꿔야 한다고 글을 통해 경고를 했다. 수많은 언론인이나 전문가들도 지적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고집불통의 모습은 꼭 전투를 치르듯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이때부터 비상계엄으로 가는 망상을 했을 수도 있다. 몇몇 부채질하는 불순한 조력자들과 무능한 참모들과 함께.

국민이 듣고싶고, 보고싶고, 먹고싶은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듣고싶은 말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듣고, 입맛에 맞는 것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나마 승리하도록 찍어준 지지자들 대부분을 후회하고 돌아서게 만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주장했었지만, 그의 취임 후 사회 곳곳에서는 비상식과 편법이 난무했다. 산업계도 그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T 사장선임을 둘러싼 의혹이었는데, 2023년 LG CNS에서 KT CEO로 날아간 김영섭 현 사장을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었던 이관섭 수석이 강하게 밀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장 선정발표 3일 전에 이미 선임이 끝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관섭 수석은 그후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김건희 여사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영섭 대표와 함께 검사출신 인사 4명이나 낙하산으로 들어간 것도 입방아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10조원을 훨씬 넘는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수주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당초 경쟁입찰을 위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었는데, 돌연 대우건설이 경쟁을 포기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단독입찰로 인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하게 된 것이다.

그 배경을 두고, 현대건설이 윤 대통령 한남동 사저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윤 대통령이 쓰겠다고 우기면서 수십년 동안 방치돼왔던 박정희 대통령 때의 안가 5개를 역시 복원해주면서 현대건설이 윤 대통령 부부 눈에 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미 일정에 건설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당시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이 합류한 것 역시 이러한 각별한 애정관계였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는 것이 건설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설득력 있는 소문이다.

윤영준 사장은 2020년 12월 사장에 오른 후 2024년 12월까지 4년을 꽉 채워 연임까지 하면서 사장 직을 맡았고, 현재는 고문을 맡고있다.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법칙인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1:29:300의 법칙이 있다.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수차례의 경고성 신호가 온다는 법칙이다.

1번의 사고 이전에는 비슷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 29건이 일어나고, 그 전에 같은 위험 징후가 최소 300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2024년 4월 10일 총선 대패라는 사고 이전에 29번의 비슷하지만 경미한 사고, 그리고 불통으로 인한 국민의 외면을 받는 최소 300건 이상의 증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반성이 없어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함정을 스스로 팠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하루아침에 한두가지 이유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의 ‘위징’을 다시 한번 거론하고 싶다. 중국 역사에 가장 태평성대를 만든 당태종 이세민에게는 세개의 거울이 있었다. 첫번째는 동경(銅鏡)으로 몸을 비춰 나의 겉모습을 점검하고, 두번째 거울은 역경(歷鏡)으로서 역사 속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을 지를 살펴보는 것이고, 세번째는 인경(人鏡)으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돌아보는 것인데, 이 중 인경이 가장 어려운데 상대방이 직언을 해야 나의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징은 태종에게 한번도 직언이 아닌 아부를 해본 적이 없는데, 태종은 이를 귀담아 들어 ‘정관의 치’를 펼쳤다. 당시 위징이 한 200여개의 직언이 태종의 통치서인 ‘정관정요’에 들어있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대통령실 수석들 등이 사표를 낸 것을 한덕수 대통령 대행이 반려했다고 하는데, 불통 대통령 만들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무능 참모들을 그냥 뒀다는 것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사표를 반려했다고 출근한다면 그 또한 무능의 모습일 것이다.

위징이 태종에게 늘 한 직언의 밑바탕은 순자의 말인 군주민수(君舟民水) 수즉재주(水則載舟) 수즉복주(水則覆舟)로 “백성은 군주를 세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한다”다 체득해서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말이지만 꼭 지켜야 할 가르침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군주의 꿈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