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난해 그룹의 존폐가 언론의 화제가 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의 오너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 계열사들의 위기상황과는 반대로 국내 오너 중 연봉 킹을 기록해 비난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중 식품 관련 회사에서만 총 61억원의 연봉을 챙긴데 이어, 비 식품 계열사까지 합치면 200억원을 훌쩍 넘긴 연봉을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식품관련 기업 연봉 61억원 역시 식품관련 기업 오너 중에서도 1등이다. 신회장은 롯데웰푸드에서 26억5000만원 롯데칠성음료에서 34억9300만원을 받아 61억 4300만원을 받아갔다.
식품업계 2위는 이재현 CJ제일제당 회장으로 37억4900만원, 3위 김호 빙그레 회장 33억2400만원, 4위 담철곤 오리온 회장 30억8200만원, 5위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18억7700만원, 6위 신동원 농심 회장 17억3300만원, 7위 함영준 오뚜기 회장 13억6000만원, 8위 임세령 대상 부회장 10억8800만원 순이다. 신 회장의 연봉 61억원은 5위부터 8위까지 연봉 합계보다 많은 금액이다.
신 회장의 연봉을 식품 이외 계열사로 확대하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된다. 롯데지주 59억7200만원, 롯데케미칼 38억원, 롯데쇼핑 19억6400만원에 이어 현재 밝히지 않은 롯데물산과 롯데호텔의 연봉은 각각 30억원으로 추정된다.
롯데물산과 롯데호텔을 제외한 총 연봉은 178억4800만원인데, 이들 밝혀지지 않은 두 기업의 예상연봉을 각각 30억원씩 가산하면 23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특히 비난의 화살은 현재 대규모 적자로 존폐의 위기 속에 그룹 붕괴의 단초로 대두된 롯게케미칼에서까지 38억원의 연봉을 챙겨간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EOD(Event Of Default)가 발생할 정도로 좀비기업이 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21일 제60-3회 외 무보증사채에 대해 기한이익 상실의 원인사유가 발생한 것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공고되면서 그룹 유동성 위기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줬었다.
채권자들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에 대한 기한연장 대신 채권회수에 나서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없는 롯데케미칼은 도산할 수 밖에 없고, 그럴경우 롯데케미칼 지분 25.31%를 가지고 있는 롯데지주와 20.0%를 가지고 있는 롯데물산도 타격을 받게된다. 당연히 롯데케미칼이 4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인 롯데건설 역시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당시 다급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기한이익상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채권자 회의에서 그룹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6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기도 했다.
당연히 채권 기한연장에 따른 이자율은 대폭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갈수록 적자규모가 커지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저가공세와 중동국가들의 자체 생산시설 구축으로 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이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영업적자 행진을 벌이고 있는데,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지난 3년 간 총 2조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순손실도 3830억원을 기록해 전년인 2023년 392억원 순손실보다 손실규모가 10배로 불어났다.
그런 롯데케미칼에서 신동빈 회장은 38억원의 연봉을 챙긴 것이다.
그 외 대부분 계열사들 역시 실적이 악화된 것과는 달리 신 회장은 자기 호주머지에 들어가는 돈만 계산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28일 신 회장은 비상경영 속에 위기극복을 한다면서 인적쇄신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그룹 내 CEO(최고경영자) 21명을 내보냈는데 이는 전체 CEO의 36%에 해당한다. 특히 롯데케미칼 관련 사장단 10명 중 8명을 내보낼 정도로 롯데케미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임원 22%를 해고하는 피바람을 일으켰다. 임원 10명 중 2명 이상이 짐을 쌌다.
그러나 이러한 인적쇄신과는 달리 신 회장은 아들 신유열 전무를 부사장으로 특진시키면서 그룹 안팎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유열 부사장은 1986년 생 일본 국적자로서 일본 나이로 38살이다. 2022년 5월에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들어가서 그해 말에 상무, 지난해 말 전무, 그리고 그 해 말에 부사장으로 특진했다. 상무보로 입사해서 2년 반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계열사 사장단 36%, 그룹사 임원 전체의 22% 해고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모습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룹은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본인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봉을, 그것도 빈사상태에 빠진 롯데케미칼에서까지 38억원의 연봉을 챙겨가고, 그룹 경영진을 비롯한 임원들은 가차없이 내보내면서 아들은 특진시키는 배경을 두고 산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일본에서 시작해서 한국에서 성장했는데, 두 나라의 나쁜 문화만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선친인 신격호 회장의 유지와는 다른 행보에 따른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에서 껌을 만들어 오늘날 롯데그룹을 일군 고 신격호 전 회장의 유명한 생전 좌우명은 거화취실(去華就實)이었다. 즉 ‘화려한 것은 멀리 하고, 알맹이를 취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이것을 거꾸로 실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거실취화(去實就華). ‘알맹이는 거부하고 화려함을 취한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민족 수천년 역사 속에 깊이 녹아있는 문화의 바탕을 고려의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통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로 표현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백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표현이지만, 이 문화적 기본정신은 조선으로 이어졌고, 조선 역사 500년의 정신적 바탕이 됐다.
화려하고 싶지 않은 사람 없다. 그러나 염치(廉恥)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