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됐다. 최윤홍 후보가 부산시선관위에 여론조사 왜곡행위를 고발하면서 불거진 사태로, 여론조사의 왜곡 및 부정확성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교육 수준보다 질문 방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의견 없음' 또는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많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정확한 여론 파악이 어려워지고, 정책 결정에 필요한 근거가 부족해지며, 사회적 담론의 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계층의 의견이 과소대표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모르겠다'는 누가, 왜 선택할까?

미국의 사회학자 진 콘버스(Jean M. Converse)가 1976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모르겠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갤럽 여론조사(1969-71년)와 해리스 여론조사(1970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학 졸업자는 7%, 고등학교 졸업자는 10%, 초등학교 졸업자는 15%가 '의견 없음'으로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교육 수준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콘버스의 연구는 질문의 특성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질문의 특성이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질문 특성이 '의견 없음' 응답에 영향을 미칩니다.

1. 과제 난이도: 긴 설명이 포함되거나 미래를 예측하도록 요구하는 질문은 '모르겠다' 응답이 증가합니다.

2. 질문 형식: 단순히 찬성/반대를 묻는 이분법적 질문은 응답자의 복잡한 의견을 담아내지 못해 '의견 없음' 응답이 늘어납니다.

3. 질문 내용: 외교 문제처럼 일상생활과 거리가 먼 주제일수록 '모르겠다' 응답이 많아집니다. 개인적 관련성이 높은 주제는 의견 표현이 활발합니다.

흥미롭게도, 예상과 달리 질문의 언어적 복잡성은 '의견 없음' 응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더 나은 여론조사를 위한 설문 설계 방안

그렇다면 어떻게 '의견 없음' 응답을 줄이고 더 정확한 여론조사를 할 수 있을까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제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내용적 측면 개선

• 응답자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제 선정하기

• 추상적인 정책이나 외교 문제는 구체적인 영향과 연결해 설명하기

• 응답자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관심사와 연관된 맥락 제시하기

2. 형식적 측면 개선

• 단순한 찬반보다는 다양한 선택지 제공하기

• 응답 범위를 세분화하여 의견의 강도를 반영할 수 있게 구성하기

• 긴 설명이 필요한 경우, 핵심 정보를 분리하여 단계적으로 제시하기

3. 언어적 측면 개선

• 중학교 수준의 평이한 언어 사용하기

• 전문용어나 추상적 개념은 구체적 사례로 설명하기

•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구성하기

실제 적용 사례

추상적인 정책 질문을 구체적인 영향과 연결하는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방식: 정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너무 추상적

• 전문용어 사용

• 일상과의 연관성 부족

개선된 방식: 은행 대출금리가 1% 낮아지면 귀하의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 같습니까?

• 구체적인 수치 제시

• 개인의 경제생활과 연결

• 이해하기 쉬운 용어 사용

여론조사의 핵심 목적은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정확하게 수집하는 것입니다. '의견 없음' 응답이 많으면 특정 계층,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집단의 의견이 과소대표되어 사회 정책이 편향될 위험이 있습니다.

콘버스의 연구는 거의 50년 전에 이루어졌지만, 그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더 좋은 질문이 더 좋은 응답을 이끌어내고, 더 좋은 응답이 더 나은 사회적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Converse, J. M. (1976). Predicting No Opinion in the Polls. Public Opinion Quarterly, 40(4), 5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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