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있다. 구 회장 왼쪽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다. 사진=LG

LG그룹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LG화학이 창업 후 최악의 실적과 주가폭락으로 주주이익을 훼손한 것과는 달리 주요 경영진들은 천문학적인 급여와 상여금을 챙겨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LG.화학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해 급여 18억4000만원과 상여금 4억6000만원 등 총 23억원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신 부회장 외에도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인 손지웅 사장은 총 15억4700만원,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차동석 사장은 9억9600만원을 챙겼다.

이 외에도 이사와 감사 등 임원 7명이 총 36억8800만원을 챙겨가 1인당 평균 4억6100만원을 지급받는 등 보수잔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는데, 대표이사를 포함해 주요 임원들은 거액의 보수를 가져가면서 실적과 보수의 반비례법칙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공시한 LG화학의 지난해 영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48조9161억원을 기록해 전년인 2023년 55조2498억원 대비 1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168억원으로 전년 2조5292억원 대비 63.8% 줄어들었다. 순이익 역시 5150억원으로 전년 2조534억원 대비 74.9% 감소했다.

최악의 실적을 반영해 주가는 정확히 1년 만에 46.4% 하락해 주주들은 큰 손해를 봤다는 측면에서 경영진 보수에 대한 GL화학 측의 해명은 변명이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회사의 실적과는 관계없이 신 부회장이 거액의 보수를 챙겨가는 원인으로 구광모 회장의 허술한 리더십을 지적한다. 구 회장의 리더십이 아직도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 부회장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것은 2018년 6월이었는데, 구 회장이 마흔살 되는 해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LG그룹을 맡으면서 구 회장은 최임 5개월 후인 같은해 11월 당시 글로벌 소재기업인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전격적으로 영입해 LG화학의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앉혔다. 신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3M에서 사원부터 시작해 수석부회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LG화학이 1947년 창업 이래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신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LG그룹 전체로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은 세 번째였다.

구 회장은 경영능력 부족함을 21살이나 많은 신학철 부회장의 경륜으로 커버하고 있다는 업계의 해석이다. 그렇다보니 회사의 실적과는 상관없이 신 부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보수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LG화학이 경영 잘못으로 주가가 1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나면서 주주이익을 훼손시킨 것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벌기업들 중심으로 반대를 하고 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주주가치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정서가 높은 상황이다. 최상목 대통령 대행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에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 상법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은 지난 2020년 LG화학이 알짜 부문인 이차전지 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시켜 LG화학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과 관련, 대기업의 기업 쪼개기로 인해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온 법안이다. 그래서 당시 상법개정안을 ‘LG화학방지법’이라고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떼낸 2020년 12월 LG화학의 주가는 80만원 전후에서 움직였지만, 3월 18일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23만원 대 초반대로 떨어졌다. 거의 4분의 1토막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계의 핫이슈가 돼있는 상법개정안의 원인을 제공한 LG화학이 주주들의 이익은 나몰라라 하면서 경영자는 거액을 챙겨가는 것과 관련 당연히 손가락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LG의 모럴해저드는 LG화학 등 기업들만이 아닌 오너가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구본무 전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는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인 메지온에 500억을 투자한 상황에서 이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아내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에게 제공해 3만주를 취득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오늘 3월 18일 첫 공판이 예정돼있었지만, 피고인인 구연경 부부의 1차 공판기일 연기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다음달 15일로 공판이 연기됐다.

최종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내용이 밝혀지겠지만, 그동안 윤관 대표의 행보를 보면 모럴해저드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표는 그동안 병역기피를 위한 외국 국적 취득을 비롯해, 억대를 빌리고는 갚지 않아 소송이 걸리기도 하고, 사망한 유명 연예인의 아내에 대한 10여 년에 걸친 생활비 지원 등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나이는 어리지만 LG그룹의 회장 직을 맡고 있는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다보니 회사는 회사대로, 집안은 집안대로 모럴해저드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인화의 LG란 말과 함께 재벌기업 가운데서는 정도경영을 경영 최고이념으로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왔는데, 요즘 들어서는 LG가 매우 허약해지고 편법적인 경영을 하는 모습의 이미지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LG그룹이 빠른 속도로 부실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