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인수해 올해로 10년이 된 홈플러스를 지난 3월 4일 법원에 회생신청하면서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선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대표. 그동안 이익은 이익대로 챙겨간 MBK도 비난을 받고 있지만, 홈플러스의 엉망인 경영상태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은 한국신용평가사, 사태를 이지경이 될때까지 뒷짐만 진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MBK
홈플러스를 법원에 회생신청한 대주주 MBK파트너스(MBK)에 대한 먹튀 의혹이 확산되면서 당장 MBK의 고려아연 인수전에 빨간불이 켜졌고, 나아가서 향후 대한민국에서의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책임에서 빗겨나 있어서 논란이 일고있다.
이에 더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LBO(Leveraged Buyout)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인수금액인 7조2000억원 중 종자돈은 블라인드펀드 3조2000억원이고 나머지 4조원 정도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일으켰다. MBK는 가장 후순위 채권인 블라인드펀드에 자금을 투입했는데, 실제 투입된 금액 중 인수차입금이 2조7000억원이어서 MBK의 투자금은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MBK는 그동안 매년 블라인트펀드의 운용 및 성과보수로 연평균 1천억원 이상을 챙겨갔기 때문에 10년 간 총 1조원 이상을 가져가, 이익에 대한 배당까지 합하면 홈플러스를 청산할 경우에도 손실보다는 오히려 투자금의 몇배에 해당하는 이익을 가져가 먹튀 논란을 비켜가기는 어렵다.
홈플러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까지 MBK가 그동안 가져간 블라인드펀드 운용 보수로 1조2000억원을 가져갔고, 매장 매각으로 1조9000억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MBK가 주장한 홈플러스의 실적악화 원인을 보면 너무 궁색하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시행으로 연간 1조원의 매출이 감소했고,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 온라인 쇼핑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 위축, 코로나로 인해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1조3600억원 손실, 그리고 재난지원금 대형마트 사용금지 조치로 매출 15% 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결국 다른 대형마트에도 해당되는 내용들로서 결국 경영부실을 자인한 셈이다.
기업 M&A 시장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LBO 방식은 1980년대 미국에서 성행한 M&A 방식으로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 미국에서 LBO 방식이 급속도로 성행한 배경을 보면,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부를 모두 빨아들인 미국과 미국 기업들의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성장이 멈추자, 사모펀드들이 잔존가치는 높은데 성장이 멈춰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인수해 거품을 제거하고 우량기업으로 만들어 비싼 값으로 팔면서 엄청난 이익을 챙겨가는 대신에 기업은 우량기업으로 만드는 상생의 비즈니스 구조로 평가받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는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광주에 기반을 둔 일해토건이 신동아건설을 인수한 것이 첫 사례로 알려져있다.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신동아건설의 부채 870억원을 떠안고 1억7700만원에 인수한 것으로, 일해토건은 신동아건설 인수 후 신동아건설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켜 부채를 상환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동신주택이 인수전에 나서서 일해토건보다 더 좋은 조건인 1010억원을 매수가로 제시했지만, 김대중 정권에서 호남 우대 분위기가 작용해 일해토건의 김용선 대표가 인수하게 됐고, 당시 검찰수사까지 이어졌었다.
그동안 신동아건설은 김용선 사장의 미숙한 경영으로 인해 워크아웃을 겪은 데 이어 올해 1월 6일 부도가 나면서 현재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같이 LBO가 성공하려면, 인수자의 경영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차원에서 MBK의 홈플러스 경영능력은 낙제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2015년 M&A 직후인 2018년 홈플러스의 부채는 2조7000억원에 자본은 3조8000억원이었는데, 2024년 말 기준 부채는 8조5000억원으로 3배 이상 폭증했고 자본금은 12분의 1인 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 자본금 3조8000억원 중에서는 이익잉여금 3조1000억원도 포함돼있다.
문제는 비유동리스부채 부분이 급증한 것인데, 부채 8조5000억원 중에서는 비유동리스부채가 3조4000억원이 들어있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해 손실이 나는 매장부터 매각을 시작했는데, 매각 후 매장을 철수할 수는 없어서 리스로 매장영업을 이어가면서 리스비용이 새롭게 발생한 것이고, 이자율 상승에 따라 리스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매각 후 리스로 사용하는 새일앤리스백(Sail & Lease Back) 함정에 빠진 꼴이 된 것이다.
이제서야 금융당국이나 국세청 그리고 검찰까지 나서서 MBK를 드려다 보고 조사하고 있지만, 불법사항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사태가 이렇게 될때까지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사의 태도를 문제삼을 수 밖에 없다.
홈플러스의 신용을 평가한 한국신용평가는 MBK가 홈플러스를 법원에 회생신청한 올해 3월 4일 직전에 홈플러스의 신용도를 A3에서 A3-로 한단계 낮췄다가 회생신청과 동시에 파산등급인 D로 급격히 낮췄다.
투기등급인 BB보다도 훨씬 높은 A3나 A3-인 상황에서 증권사는 35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것이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투자자들에게는 인기상품이 됐던 것인데, 회생에 따라 후순위인 유동화증권의 변제가 요원해졌다.
이미 3년 전부터 적자가 불어나고 있고, 부채가 늘고 자본금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경영상태가 엉망인 것을 알면서도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피해를 유발시킨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만명에 이르는 홈플러스 직·간접적인 고용인원, 1만여개의 납품사 및 외부 임대매장점주들, 개인투자자들,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기관들 등등 홈플러스의 회생에 따른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사후약방문 식의 태도로 MBK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감독기관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깊이 빠져있어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사전적인 정책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책임을 물으면서 힘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짙다”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MBK의 먹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감독기관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