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4개 신탁사들의 경영실적이 최악의 수치를 보이는 가운데, 특해 매물로 나온 무궁화신탁의 부채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있다.
지속되는 부동산경기의 침체에 따라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들의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부동산시장의 또다른 뇌관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기업평가가 점검한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2024년 4분기 실적과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2024년 4분기 영업실적 저하와 대규모 충당금적립 및 영업외비용 발생 등으로 14개사 합산 한 순손실은 4055억원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1407억원 대비 적자규모가 2648억원 늘어나 2.88배 늘어난 것이다.
신한, 무궁화, 교보, KB, 대신, 코리아, 우리, 코람코, 한국투자, 한토신 등 10기사는 분기적자를 기록했고, 이 중에서 신한, 무궁화, 교보, KB, 대신, 코리아 등 6개사는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말 신탁계정대여금은 총 7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31.7%에 달하며, 대규모 적자 발생으로 부채비율은 80.9%로 지난해 4분기 51.8% 대비 크게 상승했다. 2년 전 부동산신탁사들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양호했던 2022년 4분기 34.7%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악화됐다.
부채비율이 높은 곳은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무궁화신탁이 168%로 가장 높고, 이어서 한국투자부동산신탁 168%, 대신자산신탁 149%, 신한자산신탁 146%, 대한토지신탁 143%, KB부동산신탁 129% 순으로 높았고, 한국토지산탁 89%와 교보자산신탁 89% 역시 업계 평균보다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충당금적립금과 영업외비용 발생으로 이익창출력이 크게 저하됐으며, 급증하고 있는신탁계정대의 규모가 향후 경영수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탁계정대는 부동산 신탁회사가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자금이다. 이를 추후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사의 손실이 된다. 최근 부도난 건설사가 늘어나고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부실 사업장이 크게 늘어서다.
2024년 4분기 신탁계정대는 7조7000억원으로 2023년 4분기 4조8500억원에 비해 2조8500억원 늘어났으며, 자기자본 대비 신탁계정대 비율은 처음 100%를 넘어 131.7%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1년 전 88.2%, 2년 전 49.4%였다.
신탁계정대가 가장 높은 신탁사는 KB부동산신탁이 1조1540억원이었으며, 이어서 대한토지신탁 9590억원, 한국자산신탁 8191억원, 한국토지신탁 7941억원, 교보자산신탁 7912억원, 신한자산신탁 6951억원, 한국투자부동산신탁 5655억원, 하나자산신탁 5661억원 순으로 많았다.
특히 4분기 들어서 증가폭이 큰 신탁사는 KB부동산신탁이 2000억원 이상 늘었고, 신한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이 1000억원 이상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사들의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자칫 무궁화신탁에 이어 타 신탁사들까지 경영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신탁사가 실적을 회복하려면 건설사들의 상황이 호전돼야 하는데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이 서울 외에는 전국적으로 얼어붙어 전환점을 맞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앙 아파트 물량은 7만173가구로 11월 6만5146가구 대비 5027가구 늘어났고, 특히 건설사나 시행사의 손실 반영은 물론 신탁사의 신탁계정대로 이어지는 준공후 미분양은 10여 년 만에 2만가구를 넘어 2만1480가구를 기록했다. 11월 대비 2836가구가 늘었는데 한달 사이에 15.2%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들어서 아파트 시장이 급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사비 등 원가상승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신규수주를 자제하는 한편, 진행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의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및 공기지연 등이 부동산경기 악화를 유발하면서 신탁사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아파트 현장에 대해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하고 있어 공기지연이나 공사중단은 고스란히 신탁사의 손실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의 김선주 책임연구원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분양시장 위축,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등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신규수주 위축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영업네트워크와 수주능력, 자본여력에 따라 실적대응력과 시장지배력이 차별화될 전망이다. 신탁계정대 급증과 자산건전성 저하로 대손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차입조달 증가로 부채비율도 상승하고 있어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저하 폭이 각 사 신용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