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공장 전경.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의 대규모 저가공세로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부과까지 우려되면서 올해도 최악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사진=홈페이지

중국 발 저가물량 공세에 더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까지 겹치면서 안그래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적자행진을 벌이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의 미래에 먹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의 2024년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업종의 전년 대비 실적이 저하되면서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C, 금호석유화학, 여천NCC, HD현대케미칼 등 석유화학업계 주요 기업들의 영업성적표는 합산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6815억원이 발생해 3분기 462억원 적자보다 15배 정도 늘어났다.

올레핀 계열의 장기 부진, 방향족화합물과 2차전지 등 비화학 부문까지 전반적으로 영업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적자폭을 키운 것이다. 특히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이 2022년부터 경쟁력을 상실한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올레핀 위주의 롯데케미칼, 여천 NCC 등은 일찍이 2022년부터 영업적자를 연속으로 기록중이다.

2023년까지 영업흑자를 유지했던 HD현대케미칼도 주력인 MX의 마진이 감소되면서 지난해 150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캐즘 영향으로 2차전지 부문이 위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이 악화돼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024년 전년 대비 60% 줄어든 1조원을 간신히 념겼지만, 4분기 기준으로는 -724억원으로 분기기준 적자전환했다. SKC 또한 동박 및 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2025년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석유화학 설비를 2027년까지 대규모로 늘리는 가운데, 중국 경제성장이 후퇴하면서 남는 석유화학제품을 해외에 싼 값으로 처분하면서 글로벌 과잉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역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대미 수출은 전체의 10.1%를, 석유화학 제품은 8.9%를 차지해 실질적으로 총 2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정책에 따른 수출감소에 반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구조조정 등 대응은 소극적인 것이 문제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롯데케미칼의 해외자회사 지분 유동화, LG화학의 SM 생상중단 등 일부 사업구조 개편을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화학설비 매각과 같은 규모 있는 구조조정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손실구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2년부터 석유화학업계에 불어닥친 영업적자 행진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높아져 당장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투자 등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영업현금흐름에 따른 리스크 노출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 오윤재 수석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 하향압력 완화를 위해서는 재무리스크 통제가 필수적이다. 부진한 시황으로 인해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안정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산매각 또는 주주사로부터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무여력 확보 수준에 따라 업체별 신용등급 하향 압력 또는 방어 여력이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각 석유화학기업들의 중점 모니터링 요소들을 열거했다.

LG화학은 손익비중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 및 첨단소재 부분의 실적 추이,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비중 축소 정도와 한계사업 매각 등 사업재편 성과 여부,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의 수익성 확보 여부, HD현대케미칼은 정유 및 방향족 부문의 수익성 회복 여부와 HPC의 이익창출 여부, SK어드밴스드는 프로필렌 수급구조의 개선 여부, 효성화학은 특수사업부 매각 완료 여부와 이에따른 실제 재무구조 정도와 베트남법임 지분매각 여부 등을

화학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과도한 물량공습에 이렇다 할 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여기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수출 부분에서 관세 등 제재를 받게되면 현재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해 롯게케미칼 한 회사에서만 8571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 만큼, 과감한 시설 매각이나 사업부 매각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