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제강의 강관.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따라 한국산 대미 수출 철강에대해 270만톤 쿼터는 없어지지만 3월 12일부터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특히 전체 철강 수출 물량 중 총 40%에 이르는 강관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세아제강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세아제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대미 철강수출 4위국인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조치에는 2018년 무역확장법(Section 232) 발효 당시 관세 예외가 적용됐던 국가들도 포함돼 있어, 현재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한국산 철강 역시 당연히 부과 대상이 되고 3월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 철강업계, 대미 수출 위축 우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77만 톤, 수출금액은 약 35억 달러로, 국내 철강업계 전체 수출에서 물량 기준 9.8%, 금액 기준 12.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다음으로 큰 철강 수입 시장으로, 한국산 철강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입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8년 미국이 수입할당제를 도입한 이후 연간 250만 톤 내외로 정체됐으나, 2021년 이후 미국 경기 활성화 및 원화 가치 절하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증가해 최근 3년간 5조 원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 한국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철강 이어서 자동차, 반도체 등 철강소재 산업까지 확산

특히 세아제강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강관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2024년 기준 강관 수출 비중은 전체 출하량 대비 23.9%로, 다른 철강 제품보다 월등히 높다. 이 중 유정용 강관(97.9%)과 송유관(78.2%)은 미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강관업계는 대미 에너지용 강관 수출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25%가 온전히 반영될 경우, 2024년 대미 수출액 기준 국내 철강업계의 최대 부담액은 약 8억9000만 달러(한화 1조2000억 원, 2024년 연평균 환율 적용 기준)로 추산된다.

이번 조치의 파급효과는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 철강을 소재로 하는 주요 수요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발표와 함께 자동차 및 반도체 등 다른 산업군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글로벌 통상 환경이 더욱 보호주의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체, 대미 투자 확대 고민…재정 부담은 변수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내수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실적이 제약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신용평가 정익수 수석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한국 철강업체들의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무역규제 조치,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의 투자 전략 변화, 주요 수출국들의 대응 전략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가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주요 업체들의 대응 방안을 신용평가 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