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총 16조42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여 역대 최대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가 5조클럽에 가입했고, 우리금융그룹은 역대 최초로 3조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을 비롯해 각 은행들이 부당대출을 비롯해 횡령 등 사고가 역대 최대규모로 적발돼 도덕성 회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면서 제조업을 비롯해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가 침체를 겪는 가운데 유일하게 퀀텀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부당대출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기록한 순이익은 16조4205억원이었다. 직전의 에프엔가이드 예상치인 16조8017억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지만,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전년의 14조8908원에 비해 10.3% 늘어났다. 고금리가 지속됐던 2022년의 15조5309억원보다도 9000 여 억원 많은 규모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KB금융지주로 지난해 5조782억원을 기록해 역대 처음으로 5조 클럽에 들어갔다. 2023년 4조5948억원 대비 10.2% 늘어났다.
다음으로는 신한지주로 영업이익 4조5175억원으로 전년 4조3680억원 대비 3.4%로 가장 적게 늘어났다. 이어서 하나금융지주는 3조7388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어났다.
순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우리금융지주로 2023년 2조5063억원 대비 23.1% 늘어난 3조0860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 3조클럽에 가입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 증가율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부당대출 적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은행들, 예대마진에 더해 대출 확대로 이자수익 급증
지난해 금리 하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은행들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기업과 가계의 대출규모가 절대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금리 하락추세에 따른 실세금리 하락에 있어서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이 늘어난데다 절대적으로 대출규모도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이자장사에서 재미를 크게 본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4년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41조6000억원 늘어나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증가폭도 더 늘어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7조1000억원 증가해 전년의 45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더 늘었고, 기타대출 역시 15조5000억원 감소해 전년 35조 감소에 비해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46조2000억원 늘어나 2023년 37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결국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서둘러 내리고 대출금리는 늦게 내리면서 생기는 순이자마진에 더해 가계대출 규모도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수익이 늘고 순이익 증가로 연결된 것이다. 지난해 가계·기업 대출이 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만해도 약 42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스트레스DSR로 2단계로 인해 대출규모가 일시 줄어들고 있고, 올해 7월부터 3단계가 시행예정이지만, 정부에서는 경기 하강 우려를 들어 3단계 적용 유예에 더해 정책대출을 늘릴 것으로 보여 올해도 대출규모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 도덕성 해이 심각…횡령에 부당대출 역대급
한편, 이익잔치를 벌이고 있는 이들 시중은행들의 부당대출 규모 역시 기록적인 규모인 것으로 적발돼, 국민 상대로 이자장사에서 몫돈은 역대급으로 챙기면서 도덕성 점수는 엉망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시를 맡고있는 금감원과 사정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조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조사에서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총 3875억원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대표적인 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101건에 2334억원이 적발됐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규모는 지난해 적발된 350억원에서 380억원이 더 늘어났다. 현재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도 61%에 해당하는 451억원이 부당대출 돼 임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외에도 고위 임원들의 부당대출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전체 부당대출은 2334억원으로 금감원이 적발한 총 부당대출의 60%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손 전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730억원 중 46.3%인 338억원이 부실화 됐고, 그 외 임원 27명의 부당대출 1604억원 중 76.6%인 1229억원도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지주의 전체 부당대출 중 부실화된 규모는 결국 1567억원이다. 부당대출에 따른 수천억원의 부실화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그룹은 역대 최초로 순이익 3조 클럽에 가입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을 포함해 KB국민은행(291건,892억원), NH농협은행(90건, 649억원) 등 총 482건,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은행 임직원의 횡령 사건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NH농협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2021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125건인데, 해가 갈수록 100억대 규모의 대형 횡령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만 100억대 사고가 3건이 일어났다.
■정부의 감시기능 강화 요구 목소리
이러한 은행들의 부도덕한 경영실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의 순이익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과 시장에서는 정부의 감시기능이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유독 관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 간 금융사고 772억으로 은행업계 1위에 회수율 1.7%로 꼴찌, 거기다 전직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730억원 발생에도 당사자인 손태승 전 회장은 구속도 면한 채 수사를 받고, 현직 회장 재임 시 451억원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는데도 임기를 이어가는 등 금융당국과 사정당국이 은행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은행이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이유는 바로 정부가 이자장사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시장금리가 인하하자 은행들은 서둘러서 예금금리는 내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를 핑계로 내리지 않아 예대마진 잔치를 벌였다. 금융당국은 예금금리 역시 내리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결국 은행에 거액의 차익을 안겨준 꼴이 됐다. 우리나라 은행들 이익의 90%가 이자이익인 이유다. 미국 4대 금융그룹인 JP모건, BOA, 시티, 웰스파고의 이자 의존도가 50%대 인 것과 확실히 대비가 된다.
여기에 정부는 가계부채 2000조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2023년 말 약 1800조원 대인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1년 사이에 100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스트레스DSR 2단계를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2개월 늦춰 9월부터 2단계를 적용했다. 늦춰진 2개월 동안 은행 등을 통한 대출은 수십조원으로 늘었다. 이미 다양한 정책대출로 대출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9월 이후에도 전세자금대출 등 예외 항목들로 인해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는 막으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 경기는 살리려고 하다보니 편법적인 정책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채는 부채대로 늘어나고 집값은 서울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은행 배만 불려준 꼴이 된 것이다.
2025년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분위기에 더해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소상공인이나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이고,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에게는 호시절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서민이나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금융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지나치게 챙겨 결국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막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