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수출 선적 장면. 현대차는 현재 우리나라 대미 흑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트럼프의 관세 및 현지생산 요구의 가장 큰 타겟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차

미국의 힘은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이라는 것 외에도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에 더해 세계 최대 소비국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미국 소비 덕에 세계 많은 나라들이 무역흑자를 내면서 달러를 벌어 먹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GDP의 25%가 미국인데 그 중 70% 이상을 소비가 차지할 정도로 미국 소비 경제 규모는 어마어마 하다. 즉 전세계 GDP의 18% 가량이 미국의 소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바잉파워가 세계 무역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그동안은 미국이 세계경제와의 동반성장이라는 측면과 정상적인 물가관리를 위해 미국이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관세부과를 자제해왔지만, 이번에 출범한 트럼프는 이러한 세계 최대 소비국의 지위를 무기화하면서 세계 무역질서와 경제질서에 미치는 파급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막을 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세계 경제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화상을 통해 한 연설은 다분히 이런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미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는 세계 각국을 향한 경고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상대 무역흑자 순위 7~8위국으로서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보는 입장에서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다보스 포럼에서 실시간 화상연설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나의 메시지는 간단히 말해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였다.

그는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엄청난 관세를 물을 것이고 그 관세는 모두 미국의 국고에 들어가 미국 재정을 위해 쓰이게 될 것이다”면서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 경우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 받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세금과 관련 트럼프는 “21%인 현재의 법인세율을 15%로 낮출 계획인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이 15%의 세율을 적용시켜 수익성을 보장해주겠다”고 말했다.

법인세율 15%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각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을 할 경우에는 각자의 나라에서 부과되는 법인세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해 큰 이익을 볼 수 있음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한편, 향후 수입관세를 높여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수천억달러 이상 수조달러를 확보해 미국 재정에 보태겠다고 했는데 이는 현재 미국 적자규모를 보면 가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연간 1조달러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1조3000억달러다.

주요 무역상대 10개국에 대한 적자규모가 전체의 70%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10개국을 순서대로 보면, 중국(2794억달러), 멕시코(1524억달러), 베트남(1046억달러), 독일(830억달러), 일본(712억달러), 캐나다(679억달러), 아일랜드(653억달러), 한국(514억달러), 대만(480억달러), 이탈리아(440억달러)로 이들 10개국 합계만 해도 9672억달러에 이른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1조5000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수조달러의 이익을 남겨가는 나라들을 정면으로 노린 것이고 이들에 대해 미국에서의 생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2월 1일부터 몇몇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할 방침임을 밝혔다.

다행인 것은 취임 전에 늘 강조해온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하는 10~20%의 보편관세와 중국에 대한 최대 60%에 더해 10%의 추가관세까지 총 70% 관세부과 의지에서는 상당히 입장을 수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당장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서 한발 물러나 올 1년 간 미국에 투자하는 나라들의 규모를 보고 본격적인 관세부과는 내년부터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생산은 법인세 감면 혜택보다 훨씬 더 큰 비용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미국에서의 생산비가 각국 현지나 생산기지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고 생산에 있어서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명령 맨 위에 올라있는 불법이민자 추방에 따라 인력수급의 차질과 생산비 급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나라들이 미국 무역적자의 70% 이상을 이익으로 가져가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10개국인 만큼, 대미무역흑자 순위 7~8위인 대한민국으로서도 긴장을 끈을 당겨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무역흑자의 상당부분이 자동차 및 관련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자동차가 주요 타겟이 될 것으로 보이고, 무역적자 대상국 2위인 멕시코를 통해 엄청난 수출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와 LG전자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우리나라 산업 및 경제 전반에 도미노 영향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호재보다는 악재가 훨씬 많아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당장 경제정책이나 산업정책에 있어 전향적인 대안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