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AI반도체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세계 AI칩 시장의 독점적 공급자인 엔비디아가 위기를 맞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엔비디아에 대한 시련의 시작일 뿐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 CEO인 젠슨황의 경망스러움이 그 이유일 것이다.
최근까지 남의 집 살림살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 엔비디아 젠슨황 CEO의 모습에 대해 “자기집안 단속이나 잘하지”란 비난이 일고 있는데, 근래 CES(미국 라스베이거스 IT·가전 전시회)에서의 젠슨황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일어난 파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기 일주일을 남기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AI(인공지능) 시스템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관련한 새로운 수출통제 규정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은 주로 엔비디아에 해당되는 규제여서 향후 엔비디아의 운명이 바뀔 우려까지 낳고 있다.
CNN 발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향후 AI반도체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수출을 규제할 예정이다.
1등급은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등 18개 우호국 및 동맹국으로서 규제에서 자유롭게 됐다. 경쟁국으로 분류되는 3등급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20여개국으로 이들 나라에 대해서는 AI반도체 판매와 함께 폐쇄형 AI모델 판매도 제한된다.
그 외 2등급으로 분류되는 우호국도 경쟁국도 아닌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120개국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수출수량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매출에서 중국에 대한 비중이 20%인 엔비디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 외에도 엔비디아의 매출 중 55% 이상이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인데, 그 중 반 이상이 2등급 국가들이다. 결국 해외 수출의 30~40%가 규제의 대상에 오르게 됐다.
이 외에도 이번 규제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서비스 기업들이 해외 데이터센터 구축 시 미국의 별도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있는데, 이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에 대한 AI반도체칩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이기 때문에 그 타격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빠진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의 IT·가전 쇼에서 정작 엔비디아 제품의 과제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정작 남의 집안 사정인 양자컴퓨터 산업에 재를 뿌려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현안은 고급사양의 AI반도체칩인 블랙웰이나 루빈 등의 대량공급 시점인데 반해, 중장기 적 로봇얘기만 하다보니, 엔비디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사업성 관련해서는 “20년쯤 지나야 가시화될 거”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면서 양자컴퓨터 주가을 모두 새파랗게 물들여놨다. 황의 발언 이후 며칠 만에 모든 양자컴퓨터 주가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0% 이상 폭락했다.
이번 CES에서 별도의 테마로 양자컴퓨팅기술이 선정됐고, UN은 2025년을 ‘양자컴퓨터의 해’로 지정할 정도로 양자컴퓨터 기술은 이미 사람들이 실감할 정도로 가시화 된 기술인데,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니면서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 세상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정작 본인의 사업인 AI칩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엔비디아의 AI칩이 없어도 될 기술인 양자컴퓨팅 기술을 의도적으로 폄하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젠슨 황의 사업 기반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한편에서는 나오고 있다. 대항마로 AMD나 브로드컴 등의 기술기반이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데 더해, 트럼프2.0 시대를 맞아 대만 TSMC의 기술을 기반으로 독점력을 가지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지배하게 될 경우 TSMC 역시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 미국 반도체안보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고, 더욱이 황 CEO는 엄밀히 말하면 국적은 미국이지만 중국 본토인인 만큼, 결정적일 때 미국 보다는 중국의 편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트럼프의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젠슨 황은 대만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부친은 중국 북동부 저장성에서 태어난 중국 내륙인이다.
그런 이유로 젠슨 황은 지난해 춘절에도 중국으로 건너가 춘철 축제에 참여했고, 이번 1월 말부터 시작되는 춘절에 앞서 중국으로 건너가 축제에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1월 20일 있을 트럼프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중국 춘절에 참석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국 전통의상을 걸치고 중국 전통춤을 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국적을 가진 지 50년이 넘은 사람을 동양인 출신이란 이유로 배척당하는 인종차별주의적인 미국의 행태에 찬성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 CEO라면 행동과 말에 있어서 진중하고, 책임지지 못할 말과 행동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정작 엔비디아의 현안 문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양자컴퓨터에 대한 어설픈 훈수라든지, 미국 대표기업의 CEO가 3일동안 치르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대신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찾아가는 모습들은 분명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사고(思考)가 없이 돈 만을 좇는 기술은 분명 그 한계를 드러내게 돼있다. 그래서 교육의 기초는 윤리이고 철학이고 수양(修養)인데 젠슨 황의 처신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은 AI같은 느낌이 든다. 단순한 AI는 그보다 높은 버전의 AI 앞에 폐기되는 운명을 맞는다. 그것이 기술지상주의의 운명이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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