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결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를 코앞에 두고 경기도 김동연 지사와 경기 남부 주요 도시인 용인·성남·화성·수원시 시민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자칫 경기도가 남쪽과 북쪽 간의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7월 경 결정될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향후 10년 간의 국가 전체 철도망계획을 선정하는 것으로,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은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반영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공약인 GTX플러스 3종세트와 용인·성남·화성·수원 시장들이 시민들과 약속한 경기남부광역철도 간의 우선순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가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에 최종적으로 제출한 철도사업 계획서에 자신의 공약노선인 GTX플러스 3개사업을 우선순위에 올리고, 경기남부광역철도는 후순위로 넣어 제출하면서 관련 시장들과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특히 용인특례시의 이상일 시장과 용인시민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18일까지 한 달간 서명운동을 벌여 이들 4개시 시민 1만444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경기도지사가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현재 이상일 시장이 중심이 돼 사업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경기남부광역철도는 경기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용인, 성남, 화성, 수원 시민 416만명의 교통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교통정책으로서, 이미 지난 2023년 2월에 이들 4개 시장과 김동연 지사가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합의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사업 규모를 줄이라고 하면서 김 지사가 우선순위에 본인이 공약한 경기북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되면서 갈등이 커진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국토부에 우선적으로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GTX 플러스 3개 사업은 GTX-G, GTX-H 노선과 현재 건설 중인 GTX-C 노선을 상록수 역에서 시흥 오이도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GTX-G·H 노선은 경기 북부지역 주민을 위한 철도로서, GTX-G 노선은 경기 동북부 포천과 인천을 연결하는 숭의~KTX광명역~사당~논현~건대 입구~구리~동의정부~포천 간 총길이 84.7km이다.
이 노선이 실현되면 포천에서 강남까지 30분 만에, KTX광명역까지 43분 만에 도착하는 등 경기 동북부 주민들의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또 GTX-H 노선은 경기 서북부 파주에서 경기 남동부 위례 신도시를 연결하는 문산~금촌~삼송~건대 입구~잠실~위례 간 총길이 60.4km다. 신설되면 문산에서 광화문까지 24분, 위례까지 4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두 노선 모두 건대 입구에서 교차가 가능해 경기 북부 도민들에 대한 교통복지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광역철도다.
경기 남부 4개 도시가 요구하는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종합운동장역에서 성남 판교~용인 신봉ㆍ성복동~수원 광교~화성 봉담까지 50.7km를 잇는 광역철도 사업으로 이들 지역은 반도체클러스터를 비롯해 판교의 첨단정보산업단지 등 이동이 많은 산업인력과 함께 420만명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김 지사의 GTX 중심의 철도사업 추진에 반발한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해에도 수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성이나 필요성 측면에서 경기남부광역철도가 GTX플러스 사업보다 훨씬 앞선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김 지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해왔다.
급기야 1만명 이상의 청원을 받아 경기도에 청원서를 전달하면서, 경기도가 지난 10일 공식적인 답변에 나서게 됐다.
경기도는 지난 10일 김 지사가 아닌 고영인 경제부지사 명의로 답변서를 발표하면서 경기도의 입장을 밝혔다.
고 부지사는 “경기도가 필요로 하는 40개의 노선 중 국토부가 3개만 찍으라고 해 우선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필요성이 높은 GTX G·H와 C노선 연장을 앞세웠지만, 경기 남부 4개 도시가 요구하는 경기남부광역철도는 그 자체가 사업성이 높아 이미 민간사업자도 관심을 보이고 국토부에서도 관심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번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3차, 4차 계획에서도 각각 16개, 21개 계획이 반영된 바 있다. 이번 5차 계획도 상당수가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김동연 지사가 이미 국회 맹성규 국토위원장에게도 적극적인 추진을 위한 협의 요청과 의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일 용인시장의 입장은 다르다. 이 시장은 경기도의 해명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지사가 경기남부광역철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본인의 선거공약인 GTX플러스 노선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출장중인 이 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 청원에 대한 김동연 지사 답변은 책임회피용 변명으로 김 지사는 국토교통부 요구에 대해 항의 한번 하지 않고 수용해 김지사의 GTX플러스 3개 사업을 우선순위로 제출해놓고는 이제와서 국토교통부가 문제라고 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책임 전가다”고 말했다.
이어서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에 최선의 노력 다한다는 김 지사 말도 거짓말과 다름없다. 2023년 2월 네 명의 시장과 이 사업 공동 추진 약속 이후 사업 실현 위한 미팅 조차 한 적 없었고, 경기도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1 대 1 토론을 하자고 하는데 김 지사는 왜 기피하나. 자신의 행위에 자신 있다면 도망 다니지 말고 토론장으로 나오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김 지사의 GTX플러스 3개 사업은 12조5천억 들여 49만명이 혜택 받고, B/C값 1.2인 경기남부광역철도 사업은 5조2천억 투입해 138만명이 혜택 받는데 어떤 것이 더 경제성 큰지 김 지사도 잘 알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지난 9일 성남시 신상진 시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김동연 지사는 공약사업에만 치중하지 말고, 사업성과 수혜자 규모에서 월등히 높은 경기 남부 광역철도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김동연 지사가 공약 강행으로 인구 30% 이상 도민의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최종 발표까지 향후 몇 개월 동안 주민간 자치단체장 들 간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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