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으로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블랙프라이데이고 크리스마스까지 미국 소비 시장은 들썩이게 된다.
추수감사절은 한 해의 수확을 가족이 모두 모여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미가 크지만, 겨울을 맞기 전에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집이나 주변 시설들을 가족이 한 데 모여 점검하기도 하고 칠면조 구이를 나눠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도 있다.
추수감사절에는 항상 칠면조가 등장하게 되는데, 미국의 추수감사절인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이번 주 목요일을 앞두고 공급 대란이 일어난다. 추수감사절 특수로 칠면조 가격도 급등해 해당 주간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 보니 집권당인 민주당에서는 칠면조 가격 상승이 크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칠면조 가격이 10% 이상 올라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공격한다.
우리나라의 복날 삼계탕 먹듯 미국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필수적으로 먹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 인구가 3억 5000만명이다 보니, 한 가족에 한 마리씩만 소비한다고 해도 수천만마리 수요가 일시에 몰리게 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을 '터키데이(Turkey day)'라 부르기도 하고 추수감사절의 교통대란을 '터키 트래픽(Turkey Traffic)'이라고 할 정도로 추수감사절과 칠면조는 불가분의 관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시절 마지막 추수감사절을 맞아 칠면조 사면행사를 주재한 것이 관심을 끌고있다.
추수감사절만 되면 칠면조가 수난을 당하니 백악관이 나서서 불쌍한 처지가 된 칠면조를 사면해 농장으로 돌려보내는 이벤트를 갖는 것인데, 이런 칠면조 사면행사는 1963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칠면조를 사면해 어린이농장 등 공익기관에 풀어줘 살려주는 것이 정례화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바이든이 사면한 칠면조 두 마리는 바이든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의 주화(州花)인 복숭아꽃(Peach Blossom)을 따서 각각 Peach와 Blossom이란 이름을 받고 삶을 유지하게 됐다.
사면행사를 주재하면서 바이든은 “내 평생의 영광이었다.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백악관 생활을 회고했다.
한 해도 마감하고 재임(再任)에 실패해 4년 만에 떠나면서 재임(在任) 기간의 회고를 한 마디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게 된 배경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1620년 영국의 청교도 102명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식량을 지원하고 야생 칠면조를 함께 먹었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밝혀지지 않은 뇌피셜이다.
칠면조는 덩치에 맞게 식사량이 엄청나다. 그래서 몸이 비대하고 살이 많은 동물로 유명하다. 반면 몸에 살이 많다보니 알은 별로 낳지 못해 경제성 측면에서 낭비요소가 많은 동물로 취급된다. 그래서 겨울에 곡식이 부족한 가운데 많이 먹으면서 알도 낳지 못하는 칠면조를 추수감사절에 처리하는 행사가 이어진 것이 현실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칠면조를 가족들이 모여 먹으면서 영양도 보충하고 겨울철 군식구 하나를 줄이는 의미가 컸다는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추수감사절을 전후로 우리나라도 겨울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오늘 오후 서울에는 첫눈이 예고돼있다.
기업에서도 겨울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인사시즌이 시작된다. 과연 살 찐 칠면조로 식탁위에 마지막 영양공급 역할을 하고 사라지느냐, 아니면 끊임없이 알을 낳아서 겨울 식탁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닭이 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든 본인은 지난 4년 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국민은 대부분의 대통령에게 주는 재선의 기회를 박탈하고 추수감사절의 식탁위에 그를 올렸다. 본인은 칠면조를 사면했지만, 정작 본인은 사면받지 못하고 공화당 집권의 제물이 됐다.
남의 평가 세상의 평가 그리고 역사의 평가는 냉정하다. 기업의 경영자나 국가의 국민이나 평가를 하는 주인은 철저하게 비용 대비 성과를 따진다.
정치인이나, 기업의 임직원이나, 공무원들이나 모두 추수감사절을 맞아 칠면조를 앞에 두고 반성해보고 고민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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