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CJ그룹, HMM 인수전에 나서나

-CJ제일제당, 그룹 캐시카우인 바이오사업부 매각…매각대금 6조원 예상
-육상운송인 CJ대한통운과 해상운송인 HMM과의 시너지 효과 노림수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25 09:55 | 최종 수정 2024.11.25 09:56 의견 0
CJ제일제당은 회사 내 바이오 부문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빠르면 12월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각대금 약 6조원 이상의 사용처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컨테이너 운송선사인 HMM 인수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CJ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분야 세계 1위인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각대금이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각대금을 어디에 쓸지에 더욱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의 식품사업 확대자금에 쓸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HMM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각각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빠르면 오는 12월 본입찰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대상에 오른 바이오 부문은 미생물을 원료로 식품 조미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산 등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1963년 일본의 조미료 전문기업인 아지노모토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1963년 '미풍'으로 출시했던 글루탐산나트륨(MSG) 사업으로부터 시작해 CJ제일제당을 글로벌 식음료 기업으로 키운 핵심 분야다.

바이오 부문의 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 등 주요 품목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바이오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3조4862억원으로 CJ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올해 실적은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1952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23.8%를 차지하고 있는 그룹의 캐시카우다.

■CJ 바이오 부문 매각은 CJ제일제당 해외 인프라 구축용?

이런 60년의 역사를 지닌 핵심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배경에 관심이 당연히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CJ그룹이 자금 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바이오 부문 매각 대금으로 과연 어떤 사업을 벌일 지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이다.

우선 상당수 산업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CJ제일제당의 식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인프라 조성 투자에 자금이 필요해 매각에 나섰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의 5개 해외법인의 매출은 올 상반기 2조6996억원을 기록해 연간으로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의 CJ제일제당 식품의 매출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순매출은 3조7353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3조5139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순매출 규모는 2019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유럽 지역 순매출 역시 상승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유럽의 순매출은 4505억원이다. 연도별 매출 현황을 보면 2020년 2642억원, 2021년 3549억원, 2022년 4611억원, 2023년 4022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내년 미국에서의 매출목표는 6조원으로 정해, 매출 증대에 따른 시설확충이 필요해보인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회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 상당한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상황이어서 조단위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2019년에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인 ‘Schwan’s Company(슈완스)’를 인수한 데 이어 현재 건설중인 물류센터를 2025년 완공하게 되면 미국 12개 주에 총 21개 생산시설을 갖추게 되면서 미국 내에서의 공급체계를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유럽에서도 2018년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Mainfrost)’를 인수하며 유럽에 진출한이후 충분한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아울러 내놓고 있다.

■HMM 인수해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 노림수

산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그룹의 캐시카우인 바이오 부문을 매각하는 배경으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 초 매각이 불발된 HMM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초 HMM은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실무 협의 과정에서 인수전이 무산된 바 있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적당한 인수자만 나서면 서둘러서 매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올해 초에 비해 HMM은 호실적으로 인해 매각가는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어 하림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입장이어서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인수전에서 하림이 HMM 인수에 최종 실패한 원인은 김흥국 하림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 JKL사모펀드 운용역의 잘못으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HMM의 실적은 사상 최대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각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올 3분기 HMM의 매출은 3조5520억원에 영업이익은 1조461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7%, 1828%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이유로 HMM의 매각가는 당연히 올라가게 됐다. 올 초 매각 예상가는 6조원 대였지만, 현재 예상 매각가로 8조원 이상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부문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6조원 이상의 자금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경쟁자인 하림이 자금확보를 위해 사모펀드 등 외부 자금을 대거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림이 HMM인수전에 적극적인 이유는 현재 하림의 팬오션이 벌크 중심의 해상운송을 하고 있는데, 컨테어너 중심의 HMM을 절실하게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즉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춰 해상운송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절실한 입장이다.

한편 CJ그룹 입장에서는 육상운송인 CJ대한통운과 해상운송인 HMM의 시너지 효과 역시 크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올 초에 하림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된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포기한 것은 경영상 큰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 상황이 갈수록 양호해지기 때문에 HMM의 가치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면서 “CJ 입장에서 HMM을 담을 경우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면 8조원 이상을 들여서라도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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