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고용시장 불안도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1997년 IMF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상화 하는 과정에서 쌓인 내성과 내공이 지난 팬데믹 이후 바뀐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는 맥을 못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이미 세계 경제의 흐름은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그 패턴을 달리하고 있다. 과거 10여 년 전 까지는 우리의 강점인 아날로그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제 디지털 경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세울 경쟁력이 통하지 않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위기로 바로 이어지고 있고, 고용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40대의 일자리 소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사회가 구조적으로 망가지게 된다.
지난 한주 동안 뉴스의 중심에 섰던 기업은 롯데그룹이었다. 증권가에 ‘롯데그룹 제2의 대우그룹 사태 우려’라는 내용의 루머가 돌면서, 롯데그룹의 대부분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롯데는 서둘러 해명 공시와 함께, 구체적인 해명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자료를 낸 지 이틀만에 롯데그룹의 핵심 제조기업인 롯데케미칼이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ault) 통보를 받으면서 그룹 위기설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당장 롯데그룹은 실질적인 비상경영체제를 본격화하는 분위기 속에, 26일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대상 기업 설명회) 를 계획하고 있는 한편, 롯데렌탈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롯데지주와 화학계열사는 임원 급여 일부 자진반납을 결정했다.
이어지는 구조조정에서 주요 타겟은 40대가 될 것이다. 50대부터는 주요 보직을 가진 임직원이 많기 때문에 결국 40대가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경영 상황은 비단 롯데만의 얘기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5년만에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고, SK온은 비상경영체제 선언 및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받는다. 게임업계 대표선수인 엔씨소프트도 12년 만에 희망퇴직에 들어갔고 현대 트렌시스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40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인 건설업계는 이미 임원 구조조정에 나섰다. 건설경기의 장기적인 침체로 인해 건설사 경영이 심각한 상황에 빠지면서 조직 슬림화와 임원 축소에 나선 것이다.
10여일 전 대우건설은 임원 29명을 내보내고, 신규로 13명을 승진시키면서 전체 임원 수는 16명 감소시켰다. 앞서 지난 10월 SK에코플랜트는 임원 17명을 내보내고 신규로 2명을 승진시켜 임원 수를 15명 줄였다. 총 임원 수는 66명에서 51명으로 22.7% 축소됐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마창민 대표를 내보내면서 임원 18명을 함께 내보내고 신규로 6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12명의 임원을 축소했고,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은 이달 말 또는 12월 초 임원인사가 예정돼있지만, 역시 분위기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현재 사장인 1957년생 윤영준 사장을 내보내고 1970년 생인 이한우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 직을 맡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어지는 임원인사에서 고령 임원 중심으로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1970년 생이니까 본격적으로 정의선 시대에 나이도 맞추는 분위기다.
비상경영을 앞두고 있는 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GS건설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예상된다.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20대의 고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건설업종 종사 비중이 높은 40대의 고용상황이 건설업 구조조정 한파로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고용은 1년 전에 비해25만4000명 늘어났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올 1분기를 빼고는 연속적으로 증가폭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40대의 일자리가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사회의 허리가 휘청거리고 있다.
2분기 연령대별 일자리 변동내용을 보면, 20대 -13만4000명, 30대 +5만9000명, 40대 -5만6000명, 50대 +12만4000명, 60대 +26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25만4000명 늘어난 것이지만 60대 비정규 성격의 일자리를 빼면 오히려 7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고용시장의 건전성이 매우 부실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대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가정이나 국가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40대의 일자리가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는 것이 더욱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40대 인구는 지난 9월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777만명으로 50대와 60대에 이어서 3번째로 많은 인구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담당자는 40대가 고용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밀려나는 원인에 대해 팬데믹 이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과 전문과학 분야에 40대의 진출이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꼽는다. 40대 상당수가 건설업 및 제조업종에 종사하고 있는데, 팬데믹 이후 건설업황이 상대적으로 더욱 나빠지면서 40대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게 됐다는 해석이다.
정부나 경제단체 등이 이제서야 ‘40대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인구구조와 일자리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이러한 기형적인 일자리 구조로 인해 대한민국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과도하게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임금구조를 타파하고 40대가 가지고 있는 생산 잠재성을 키울 수 있는 고용정책을 국가와 기업 모두가 힘써서 고용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과감한 재교육 등 집중적인 투자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40대의 일자리가 보장 돼야 가정이 안정되고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사회와 나라의 미래가 탄탄해진다.
공자 말씀에 따르면 40살은 불혹(不惑)으로,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고 했다. 웬만한 일을 맡겨도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일을 완성시킬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40대가 든든히 지키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40대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전적으로 나서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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