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3라운드, 법적 다툼 시작됐다

-최 회장 측 유상증자 관련 공개매수기간 내에 계획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양 측 모두 공개매수 과정에서의 불공정 거래 여부도 금감원 조사중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01 11:26 의견 0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최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난 30일 20%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유상증자의 20%는 우리사주에 배당하고 특수관계인 등에게는 3%만 배정하기로 했지만, 유상증자 계획을 세운 시점과 공개매수 시점이 겹치는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자본시장법 위반이 밝혀질 경우 유상증자 행위가 중단될 수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드디어 법적 책임을 묻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공개매수가를 경쟁적으로 올린 데 이어 장내 무차별 매수전을 벌이면서 한달 여 만에 55만원짜리 고려아연 주가를 150만원대까지 끌어올렸던 영풍·MBK와 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간의 싸움은 지난 30일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공개매수가를 영풍·MBK측은 83만원까지, 최 회장 측은 89만원까지 올리면서 지분을 끌어올린 10월 23일까지가 싸움 1라운드, 공개매수가 끝난 10월 24일부터 30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지분 확보를 위해 무차별 매수주문 경쟁을 벌인 것이 싸움 2라운드라고 하면, 이번 유상증자 발표로 인한 법적 다툼이 3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유상증자 관련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 함용일 부원장은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 회장측의 이번 유상증자는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우선 이첩하겠다”고 밝혔다.

함 부원장이 말한 불법행위 여부는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이후 회사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한 주장에 반해 실제로는 당시 유상증자를 추진한 사실이 있는 지 여부다.

만일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공개매수 기간 동안에 세워놓고도 일부러 숨겼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증권신고서를 보면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를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4일 이전에 증자작업이 이뤄진 정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최 회장 측이 내놓은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향후 재무구조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돼있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주주 및 투자자들 기만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유상증자 주관 업무를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현장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 계획을 세워놓고도 공개매수신고서에 의도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미래에셋증권은 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 주관사로 유상증자 업무를 시작한 시점이 지난 14일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14일은 영풍·MBK 측이 83만원에 공개매수를 마치는 시점이면서 최 회장측은 공개매수가를 89만원으로 올려 23일까지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89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시점은 10월 11일이지만 그날이 금요일이어서 실제 공개매수 시점은 10월 14일 월요일부터였다고 봐야한다.

즉 공개매수 시작 시점인 14일에 이미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 업무를 시작했다면, 당시 공개매수신고서에 이 사실을 공개해 주주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결국 팽팽한 지분 경쟁이 법적 위반 여부에 따라 결판이 나게 생겼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유상증자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이미 금감원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 방해 또는 성공 목적으로 인위적 주가 변동 등 시세 조종 및 교란 여부,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정보 공개 전 임직원 등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 등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중에 있다.

여기에 더해 회계 처리 관련 심사도 진행되고 있다. 충당부채의 미인식 및 지연 인식 여부, 고가 인수 및 현물 배당 받은 국내 투자 주식 관련 손상차손 과소 인식 여부 등을 드려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영풍·MBK 측이 지분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고 이사회 장악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최 회장측이 장악하고 있어 주주총회 개최를 이사회가 반대하고 있지만 영풍·MBK측이 법원에 주주총회 신청을 할 경우 2~3개월 안에 주총이 열릴 수 있다.

영풍·MBK측은 주총을 통해 이사진을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이사는 13명인데, 장형진 영풍 고문 이외의 12명이 최 회장 측 사람들이다.

영풍·MBK 측은 이사회 인원을 최소 12명 이상 우군으로 추가 보강해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상 최 회장측에 유리한 결정을 막으려는 의도다.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표대결이 벌어지는데, 현재 의결권 기준으로 지분은 영풍·MBK 측 43.8%, 최 회장 측 40.3%로 최 회장 측이 3.5%p 더 적다. 7.4%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결정이 중요하겠지만, 워낙 민감한 상황이어서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렇다 보니 최 회장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대주주 배정은 3%로 묶어놓고 우리사주 20%를 배정해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 것인데, 결국 사법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법정공방으로까지 경영권 전쟁은 이어지게 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75년 협력 파트너로서 견고했던 장씨와 최씨 두 집안이 한순간에 원수가 돼 막장 드라마를 만드는 상황이다”면서 “양 측 모두 한계선을 한참 벗어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결국 양측 모두 법적인 잘못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회사는 크게 망가질 것이 불보듯 훤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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