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관료주의와 보신주의에 빠진 삼성, 어떻게 구할까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17 10:17 | 최종 수정 2024.10.17 10:31 의견 0

역사는 돌고돌면서 반복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기업에게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되는 것 같다.

과거 1980년대까지만해도 세계 반도체와 전자 시장은 일본 IT기업들이 호령했다. 그러던 것이2000년대 들어오면서 일본을 벤치마킹 했던 삼성전자가 세계 패권 잡고 2020년대 초까지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반도체 강자였다. 그러나 근래 삼성전자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가 다시 일본 기업 배우기에 나서 반복되는 역사의 원칙을 보는 듯 하다.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데, 그 부활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를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과거 1980년대처럼 다시 일본 벤치마킹에 나선 것으로 보면 삼성의 위기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와서 삼성이 일본을 다시 배우려는 것에 대해 뭐라고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지만, 그에 앞서 기업의 문화적 혁신이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버릴 것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기술이든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판을 짜는 대 수술이 필요한데, 일본 기업의 부활 비결을 공부하겠다니, 이제 공부해서 시험은 언제 보려는 지…

지난 16일 일본 매체인 니혼게이자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직속 조직인 삼성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전자 산업의 쇠퇴와 부흥’이란 주제로 110개의 일본 기업에 대한 사업을 분석해 삼성전자에 맞는 사업을 발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중적으로 분석한 대상기업으로는 소니와 히타치로 거론된다. 게임, 음악, 영화 등 콘텐츠 분야의 사업으로 전환해 성공한 소니와, 사업구조를 재편해 다시 부흥의 신호탄을 쏜 히타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모건스탠리의 경고보다 빨리 겨울철에 들어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어닝쇼크의 잠정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반도체 부문 최고책임자인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실적부진에 대해 사과한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경영진과 임원들은 초 비상 상황이다. 코앞에 다가온 11월에 인사태풍이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년 12월에 회사별로 날짜를 나눠서 임원인사를 해왔는데, 올해는 최소한 1달 이상 앞당겨 11월에 삼성전자부터 임원인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파운드리 조직을 메모리 조직과 합하기로 하는 등 조직 재편과 인력 재배치에 들어갔다.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임원 81명과 파운드리 부문 임원 31명 중 상당수는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이고, 그 외 연구소, 시스템LSI, 제조, 패키징을 비롯해 관리 부문에서 상당수 임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전체 임원은 1164명인데, 이 중 38%인 438명이 반도체부문에 속해있다. 3분기 기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매출은 20% 정도 적은 SK하이닉스 전체 임원 119명보다 2.7배 더 많은 반도체 임원 숫자다. SK기준으로 보면 반 이상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서는 대만의 TSMC에 밀리고, HBM(고대역 광폭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엔비디아의 테스트에 6개월째 심사에 통과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폴더블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놓고는 3단 폴더블폰 개발은 중국 화웨이에게 밀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에 탑제해야 하는 AP(스마트폰용 반도체 CPU)에 대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기술적 결함으로 싣지 못하고 경쟁업체인 대만의 미디어텍 제품을 적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현재 세계 AP 시장은 퀄컴과 미디어텍이 양분하고 있는데 미디어텍이 점유율 40%로 세계 1위에 올라서있다.

한때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TSMC 이외의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업은 있지만 제품 완성도는 아직 떨어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로 예상했지만, 이 후 젠슨황의 머리속에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닌 폭스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이제 TSMC의 대안에서도 밀려났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제 액면분할 당시의 5만원 대에서 놀고 있다. 외국인이 9월 3일부터 현재까지 25거래일 동안 11조1000억원 매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삼성의 겨울은 시작됐고,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삼성이 이렇게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는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뿌리 깊게 내린 ‘관료주의’와’’보신주의’를 꼽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초기인 1983년 만든 10개 항목의 ‘반도체인의 신조’가 있다고 한다.

1)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2)큰 목표를 가져라. 3)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4)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 5)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라. 6)겸손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7)서적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기록을 남겨라. 8)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 9)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10)항상 생각하고 확인해서 신념을 가져라 등이다.

내용은 좋은데, 구태의연하다. 과거 일본에게서 벤치마킹 할 때의 성실성만 보이고, 위기를 사전에 대응하고, 도전과 창의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꼭 창고지기의 근무수칙 같은 느낌이다. 뒤집어 보면 변화를 거부하는 관료주의의 온상을 만든 근무 자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리스크를 멀리해라”란 말이 있다고 한다. 남이 안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가 실패를 하면 짤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연봉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보니 자리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근무수칙이 됐다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배척하고, 손에 피 절대 안 묻히고 꼬박꼬박 월급 받는 길을 걷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몸집이 거대한 공룡조직이어서 안그래도 움직임이 둔한데, 구성원의 몸과 마음이 이러니 움직임이 어떻겠는가?

이재용 회장이 급하긴 급했나보다.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폐쇄한 미래전략실 부활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고체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인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건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래전략실이라는 중간 장막을 만들 경우 삼성은 더욱 관료화 될 것이 뻔하다.

모건스탠리의 경고대로 만일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부터 지금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맞는다면 삼성은 정말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재용 회장의 해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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