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팰리서, 언제까지 협업할까…최 회장 대법원 판결이 관건

-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 SK하이닉스 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 1% 획득
-맥쿼리 지분과 합하면 7% 이상, 최 회장 대법원 판결에 따라 경영권 분쟁 가능성

김지윤 기자 승인 2024.10.17 15:18 | 최종 수정 2024.10.18 06:16 의견 1
SK그룹 사옥 정문. 사진=수도시민경제

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탈(Palliser)의 SK스퀘어 지분 확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이혼에 따른 항소심 재산분할 결정금액이 1조3808억원에 이르다 보니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을 순수한 투자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팰리서는 미국 AI기업 엔비디아에 HBM(고대역 메모리 반도체)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 20.1%을 소유하고 있는 SK스퀘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펀드의 성격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이기 때문에 언제 돌발적인 행동을 보일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들은 주가가 낮은 기업의 주식을 확보한 후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얻은 후 빠져나가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가가 낮은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후 사업 내용을 바꾸게 한다든지, 경영자나 오너 교체를 요구하는 등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나서는 행동을 하는 펀드들이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팰리서 캐피탈이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확보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내용은 알려지게 됐다.

팰리서는 지난 2년 간 SK스퀘어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 주가는 올해만 60% 이상 올랐고, 지난 1년 전에 비해서는 120% 상승했다

증권전문가들은 현재 SK스퀘어의 주가가 근래 많이 올랐지만, 상승여력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 증권 전문가는 “현재 SK스퀘어가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은 20.1%로 SK하이닉스 시가총액 138조원의 비중으로 볼 때 29조원인데, 현재 SK스퀘어의 시가총액은 약 12조원 이어서 앞으로도 두 배 이상 더 올라야 한다”면서 “팰리서가 근래 지분을 확보한 것은 행동주의 성격을 벗어나 주가 상승여력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K스퀘어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단순투자 이외의 의심의 여지가 있다. SK스퀘어의 대주주는 SK㈜로서 31.56%이지만, 그 외 국민연금 6.89% 다음으로 높은 지분은 영국계 호주기업인 맥쿼리로 6.11%를 가지고 있다. 같은 영국계 팰리서와 합할 경우 7%를 넘는다.

현재로서는 경영권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 만한 세력이 안되지만, 만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의 생각이 바뀔 수가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최종적으로 1조3000억원 이상의 재산분할이 결정될 경우 최 회장은 SK㈜ 지분을 매각해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 맥쿼리나 팰리서가 SK스퀘어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SK스퀘어를 통해서 SK그룹 최대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의 경영에 이래라 저래라 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팰리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엘리엇 홍콩 사업부를 맡았던 제임스 스미스가 2021년 설립한 헤지펀드다.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관리하는 팰리서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변화를 추진한 바 있다.

현재까지의 지분 구조를 보면 팰리서가 행동주의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투자수익을 위한 지분 참여로 보이는데, 자칫 최 회장의 이혼 관련 대법원 결정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지분 관련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에 글로벌 헤지펀드인 소버린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소버린 사태는 지난 2003년 소버린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에 따른 경영공백을 틈타 지분을 14.99%까지 확대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던 사건이다. 당시 최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분식회계 사실이 탄로나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다.

소버린은 이때 사외이사 추천, 자산 매각, 주주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소액주주와 노조, 시민단체 등을 끌어들여 최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2004년 3월 SK㈜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분쟁 사태가 일단락된 바 있다.

현재의 흐름으로 볼 때 팰리서나 맥쿼리의 움직임이 적대적 M&A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는 “일단 SK의 가장 큰 이슈가 최 회장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부분인데, 자칫 대한민국 대표 IT기업에 위기를 틈타 헤지펀드 같은 세력을 통해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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