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정밀 주가, 이미 영풍∙MBK "勝” 판정

-고려아연은 83만원 언저리, 영풍정밀은 폭락…최 회장 공개매수 외면
-최 회장, 법원 가처분결정 결과, 우리사주 무의결권 한계 등 첩첩산중

김지윤 기자 승인 2024.10.15 14:21 | 최종 수정 2024.10.15 15:42 의견 0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MBK파트너스 로고. 사진=MBK

영풍·MBK측이 지난 14일 종료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5.34%를 확보해 기존 33.13%에 더해 총 38.47%를 확보하면서,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 33.9%보다 크게 앞서면서 일단 승기를 잡았다.

15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영풍 측 공개매수가인 83만원을 넘겼다가 약 2~3% 대 상승한 81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까지 공개매수할 것을 밝히면서 매수가를 89만원으로 정한 바 있어, 영풍 측 공개매수가 끝난 현재 영풍 매수가인 83만원을 넘지 않는 것을 두고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영풍 측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로 해석한다.

최 회장이 3만5000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한 영풍정밀은 15일 크게 떨어져 전날 대비 약 8~9% 떨어진 2만8000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시장은 이미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의 경영권 확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의 원인으로, 우선 18일부터 시작되는 최 회장 측의 우리사주 매입을 중지해달라는 영풍측의 가처분신청 결과가 인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렇게 해서 확보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주총에서 영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38.47%의 지분이 된 영풍측이 주식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비의결권 지분을 제외하면 46%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한 것도 영풍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18일 시작해 21일쯤 결론이 나올 서울중앙지법의 가처분 신청 결과가 영풍측의 손을 들어 인용할 경우에는 23일 종료하는 최 회장측의 공개매수는 그 순간 물거품이 되고, 경영권은 바로 영풍·MBK측이 가져가게 되면서 경영권 전쟁은 종료된다.

그러나 만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서 최 회장측 공개매수가 23일까지 진행되고 지분을 확보하게 되더라도,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지분싸움에 나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일 그럴 경우 최 회장 측에서는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로 의결권 없는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법이다. 즉 최 회장이 우호적인 기업과 자사주를 맞교환 할 경우 고려아연 자사주는 우호적인 기업의 의결권 있는 고려아연 지분으로 둔갑하게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동원할 경우 시장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최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해 모두 소각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우호지분을 늘리는 편법에 대해 법적 도덕적 시비에 걸리게 된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한도에 대한 시비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법상 자사주를 살 수 있는 한도를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는데, 상법 462조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액으로부터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및 미실현이익을 제외한 금액이다.

고려아연의 정관 42조2항은 “중간배당 금액 결정시 배당가능이익을 산출하는 데 있어 ‘임의적립금’도 제외시킨다”고 명시돼있는데, 최 회장측은 이 조항은 중간배당 결정시의 조건이고 자사주 매입할 때의 조건은 정관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영풍측은 자사주 매입은 일종의 중간배당으로 봐야 하므로 정관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영풍측이 주장하는 자사주 매입 자금 한도는 공제 부분을 모두 뺏을경우 586억원이고, 최 회장측이주장하는 한도는 6조1000억원 규모다.

완전히 상반된 견해 속에 14일 공개매수를 종료한 영풍·MBK는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식의 반응을 내놨다. 14일 주식시장 종료 직후 김광일 MBK 부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대항 공개매수가 있는 상황에서 오늘의 상황은 최선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면서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에 나설 것이다”고 말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점령을 예고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으로 구성돼있는데, 한 명 이외의 12명이 최 회장측 이사들이다. MBK 김 부회장의 발언은 이 13명의 이사회 인원을 12명 더 늘여 25명으로 하고, 현재 의결권 중심 지분 46%를 차지하고 있는 영풍·MBK가 12명의 이사를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발언이다.

주총을 열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영풍 측은 법원에 판결을 통해 주총을 열 수 있고,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영풍·MBK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경영권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MBK측에 따르면 다음달 초 까지는 임시주총을 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이 열릴 경우 참석자의 50% 찬성을 확보하면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이때 영풍 측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경우에는 이 전쟁은 바로 종료되는 것으로 봐야한다.

또하나의 변수는 현재 최 회장 측 우군으로 꼽히고 있는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한화 측이 과연 끝까지 최 회장과 의리를 지킬 것이냐의 문제다. 고려아연으로부터 비철금속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이 기업들이 영풍 측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83만원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고, 고려아연 1.85%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풍정밀은 9% 가까이 떨어진 것을 보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분전쟁이 어느정도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지분 싸움에서 영풍측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가능한 주식을 모은 반면, 최 회장 측은 어려운 방식으로 법적인 다툼까지 안고 지분을 확보하려는 무리수가 있어서 시작부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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