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옥석가리기 결과를 발표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그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가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PF발 부동산 리스크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사이 증권사의 연체가 심각한 부실 PF규모가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는가 하면,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PF로 인한 리스크에 노출돼 부동산시장에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PF를 포함한 주택사업 추진 구조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부동산PF에 대한 금융회사의 사업성 평가결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올 6월 말 기준 금융권 총 PF 익스포저 216조5000억원 중 유의 및 부실우려가 있는 익스포져 21조원(전체 익스포져의 9.7%)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부실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재구조화 및 경공매 등 정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부동산 PF규모가 상당한 증권사의 부실채권 비중이 크게 늘었고, 당초 PF옥석가리기 심사에서 뺀 건설사들도 PF위험에 상당부분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부동산시장의 큰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커졌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6.31%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3월 말인 19.78%의 두 배 수준으로 부실리스크가 크게 확대됐다.
고정이하 여신이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올해 6월부터 8월 말까지 정부가 PF옥석가리기를 추진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연체율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이 안고있는 PF 등 부채로 인한 리스크도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미수채권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건설사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책임준공 규모까지 높아져서 부동산경기 하방 압력 시 PF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에 놓인 건설사들이 늘어났다.
한기평에 따르면, 2024년 6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규모가 300%를 초과하고 매출액 대비 미수채권 비중이 30%를 초과하는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수채권 비중이 30%를 초과하지 않지만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규모가 300%를 초과하는 건설사는 금호건설이고, 신세계건설의 경우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여 책임준공 규모가 300%를 하회하고 있으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전에는 300% 초과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책임준공에 따른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예다.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사업 확대를 시도했던 신세계건설은 분양성과가 저조한 준공 및 진행현장들에 대해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여 2023년 매출원가율이 106.6%까지 상승해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한기평은 이를 반영하여 2024년 3월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손실 반영 이후 계열지원을 통해 약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여 재무리스크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대구본동3주상복합, 연신내복합개발사업, 부산 명지지구 아파텔 신축공사 등 수주잔고 내 도급액 비중이 높은 공사들에 대해 책임준공을 제공하는 등이 경영악재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의 경우, 개별 건설업체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PF 우발채무와 더불어 단기화된 만기구조, PF 우발채무 내 미착공사업 비중이 높은 점 등으로 2022년 12월 이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후 주요 프로젝트의 본 PF 전환 등을 통해 우발채무 규모를 축소하고, 시중 금융기관과의 공동펀드 조성 등으로 PF 우발채무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는 등 단기 유동성 리스크는 상당부분 완화되었으나,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의 차입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롯데건설은 정비사업을 제외한 책임준공 제공 규모가 동일 등급군 내에서 가장 높아 재무안정성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동일 등급군 대비 정비사업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은 편으로 정비사업에 제공한 책임준공 약정 규모가 동일 등급군 업체 대비 큰 수준이다. 정비사업을 제외하는 경우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규모는 210%다. 정비사업의 경우 인허가 등에 있어 장기간이 소요되고, 최초 계약 시점 공사비와 착공 시점 공사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조합과의 공사비 협상 등에 따라 수익성이 변동된다. 책임준공을 제공한 정비사업의 사업 진행 경과 및 적정 수익성 확보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금호건설의 경우, 2024년 5월 9일 기업신용등급(ICR) 정기평가를 통해 장기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됐다. 수익성 저하, 운전자본부담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과 향후 개선 여력이 제한적인 점이 부정적 전망 부여의 주된 사유였다. 금호건설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에 연동되는 측면이 강해 지속적인 주가의 하락으로 자기자본이 많이 감소한 상태이다. 책임준공 제공 규모는 동일 등급군 대비 높지 않으나, 현재 분양률이 저조하고 예정원가율이 높은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준공을 제공하고 있어 공기 준수 압박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원가 상승과 운전자본부담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현 한기평 기업2실 책임연구원은 “미분양이 증가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프로젝트 사업성이 저하될 경우 책임은 대부분 시공사가 지게 되는데, 이 경우 대주단이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신용보강을 요구하면서 건설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부동산 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극히 적은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시공사 보증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총사업비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우리나라는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3%인 데 반해 선진국에서는 30~40% 수준으로 높고, 해외 주요국에서는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 등 제3자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책임준공과 PF의 연결고리로 인해 주택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PF 독소조항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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