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IB(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이 다가온다”란 보고서가 나온 후 세계 반도체주 특히 한국 반도체주가 출렁였는데, 이어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 전문회사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반도체 겨울이 아니라 봄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은 바 있다.
여기에 어제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가 향후 반도체 수요가 느는데 반해 공급은 한계가 있어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거라는 반도체 여름론까지 나왔다.
과연 겨울이 맞는지, 봄이 맞는지, 아니면 진짜 여름으로 들어가 뜨거워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는 이전에 두 번의 보고서가 있었고, 그 중 2017년 보고서는 완전히 틀렸지만 2021년 보고서는 정확히 맞춰 당첨확률 50%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보고서를 내기 이틀 전인 13일에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매도주문 한 것이 밝혀지면서 보고서의 객관성이 훼손됐다. 반도체 겨울 보고서 이후 인버스를 노렸을 수 있다는 의심이다.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된 것인데, 전날인 12일 모건스탠리 매도량 35만1228주의 3배 규모다.
목표주가 26만원짜리 SK하이닉스 주가를 12만원으로 낮추기 이틀 전에 대거 매도한 것에 대해 순수성을 의심받을 만한 것으로, 금융당국에서도 내막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국적은 미국이지만, 대주주가 일본의 미쓰비시UFJ은행으로서 일본 대표적인 재벌기업이라는 것도 뭔가 걸린다. 모건스탠리는 2011년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할 때 함께 금융위기의 주범으로서 파산 위기에 놓인 것을 미쓰비시가 지분 24%를 인수한 실질적으로는 일본기업이다.
반도체 시장은 과거 미국 중심에서 일본으로 패권이 넘어갔다가, 삼성전자가 패권을 뺏어오면서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이고 2위는 SK하이닉스다.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이니까 일본은 완전히 밀려있는 것이다.
일본 입장에선 미국을 때리기 보다는 한국이 만만했을 수 있다. 이 부분도 뭔가 수상해 보인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 4분기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하강곡선을 그린다고 했다. 이유로 D램가격의 하락 전환과 HBM의 공급과잉을 든 것이다.
모건스탠리 보고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25일(현지시간) 발표하는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을 주시해왔다.
결과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단은 모건스탠리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냈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은 77억5천만 달러로,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76억6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특정 항목을 제외한 순이익도 주당 1.18달러로, 예상치 1.12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2025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은 87억 달러와 1.74달러로 예상해 시장 평균 예상치 매출 83억2천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1.52달러를 크게 넘어서면서 모건스탠리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게 했다.
마이크론 호실적 발표에 이어 세계 3대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는 25일(현지시간) 발간한 연례 글로벌 기술보고서에서 서비스 및 하드웨어를 포함한 AI시장 규모가 지난해 185억달러(약 246조원)에서 급성장해 2027년에는 7800억~9900억달러(약 1037조원~1316조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모건스탠리의 예상을 불식시키면서 반도체 여름론을 내놨다.
오늘까지의 상황을 보면, 반도체 겨울보다는 여름은 아니라도 봄·가을 정도의 계절은 최소한 확보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합리적인 전망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세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내용은 올 4분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직 4분기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이고,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이라는 것은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시작을 9월부터이기 때문에 이번 마이크론 실적 4분기라는 것은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로서 일반적인 3분기 중 9월도 빠져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실적은 마이크론 호실적을 감안할 때 양호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 4분기 이후 내년부터의 반도체 수요는 온전히 세계 경기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게된다. 미국 경기가 연착륙 하고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는 아니라도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일반적인 견해다.
여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 경기침체를 선언한 마당에, 이것 역시 내년 세계 경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불순한 의도로 의심되지만,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투자은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겨울’을 예고하는 보고서를 몇가지 실적과 전망을 가지고 무시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올 겨울은 폭염 못지않은 강도의 한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어쩌면 뜨거운 여름을 무색하리만큼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내년 반도체 시장이 겨울이냐, 봄이냐, 여름이냐를 따지기 전에 여름을 기대하기 보다는 겨울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유비무환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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