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표 다음날, 증권시장은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 -1.34%, 코스닥 -1.05%, 코스피200 -1.44%에 금융주는 폭락
-외국인 5714억원 순매도, 삼성전자만 순매도 5551억원 등 하락 리드
-코스피200, KRX300과 별다른 차이 없는 밸류업 지수에 대한 불신이 원인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25 16:55 | 최종 수정 2024.09.25 16:56 의견 0
밸류업 지수 발표 후 첫날인 25일 은행 대표주인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5.14% 하락해 은행주 가운데 가장 크게 빠졌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업다’는 속담처럼, 정부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오늘 증권시장은 냉랭한 반응으로 화답했다.

개장 초반에는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 상당수가 오름세를 보였지만, 장 후반으로 가면서 하락으로 반전하고 막판에는 하락폭을 더 키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34% 떨어져 2596.32를, 코스닥은 1.05% 떨어져 759.30을 기록했다. 코스피200도 1.44% 하락했다.

관심이 가는 것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 대부분이 떨어졌고, 오히려 지수에서 제외된 종목보다 더 떨어진 종목도 속출했다.

이날 밸류업 지수 중 정보기술 24개 기업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58%, 산업재 20개 기업 중 대표 격인 포스코인터내셔널 -1.95%, 헬스케어 12개 기업의 대표주인 셀트리온 -2.68%, 자유소비재 11개 중 대표선수인 현대차 -0.59%, 금융부동산 10개 기업 중 대표선수인 신한지주 -5.14%, 소재 9개 기업 대표인 고려아연은 M&A 호재에도 불구하고 +0.72% 등으로 밸류업 포함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특히 저PBR(주가 순자산 비율)이면서 배당 및 주주환원 비중이 높은 금융 관련주들의 하락폭이 컸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종목보다 지수 포함 종목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 지수 무용론까지 나왔다.

은행주 대장주인 신한지주가 5.14% 떨어진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 1.33% 떨어졌고, 삼성화재 4.76%, DB손해보험 6.58%, 떨어져 거의 폭락 수준을 보였다,

한편 지수에 편입이 못된 KB금융지주 4.76%, 하나금융지주 3.19% 하락해 신한지주보다는 덜 떨어졌다.

정보기술 분야 밸류업 지수에서 빠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인방은 각각 1.38%, 2.17%, 0.91% 하락해 지수 제외로 인한 저평가 정도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12개 기업 중 하나인 DB금융투자는 이번에 시총 부족으로 밸류업 지수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은 기업으로서 관심을 받았는데 이날 7.47% 떨어져 증권주 중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밸류업 지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증권주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이 -2.31%, NH투자증권 -6.11%, 삼성증권 -6.54%, 대신증권 -2.54%, 한국금융지주 -2.17%, 키움증권 -3.69%, 신영증권 -1.27% 등 증권주 모두 파란불을 켰다.

이날 한국 증시가 파랗게 질린 것은 외국인의 매도행렬이 더욱 거세진 덕분이다. 외국인들은 오늘 하루 5714억원 순매도에 나섰다. 삼성전자에서만 5551억원 순매도하면서 전체 주식시장을 하락장으로 이끌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 행렬은 정부의 밸류업 지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매도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어, 앞으로 11월부터 상품화 할 밸류업 지수선물 및 ETF 상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결국 코스피200이나 KRX300과 차별화되지 않은 옥상옥의 밸류업 지수가 발표 첫날부터 시장의 외면을 받는 모습을 보이면서 탁상행정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홍보한 내용은 저평가된 기업 중에 밸류업이 필요한 기업들을 발굴해 현재의 코스피200이나 KRX300이 커버하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지수를 만들어,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을 받게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홍보한 내용과는 달리 선정하기 편한 길을 택한 것 같고, 그런 이유로 관심을 받기는커녕 시장의 불신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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