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부는 이창용에게 훈수 두지 말아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9.17 12:59 | 최종 수정 2024.09.17 18:10 의견 0
미국 금리인하에 이은 10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하 결정을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고민에 빠져있다.

미국 FOMC(미국 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고민이 깊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 조정은 국내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하는 것으로서,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미국의 금리인하에 맞춰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됐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 입장에서는 국내 전반적인 경기침체 분위기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OECD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비율과 서울 집값 상승세를 생각하면 금리인하가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이 총재는 집값상승 주범이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세라는 판단까지 한 것 같다.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지역에서 소위 서울 유명대라고 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서 의과대학 진학자가 월등히 많이 나오면서 돈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집값을 띄우는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집값 상승이 부담이 되고, 집값 상승 주범은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 쏠림현상이라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특정 지역 출신 학생 수가 입학 정원의 몇 퍼센트 이상 안 되게 이런 식으로만 컨트롤하면 굉장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 “서울대 교수님들께서 합의하셔서 하시면 돼요”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은행이 논쟁적인 화두를 던지는 건 이창용 총재가 말한 '싱크탱크'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한 당초의 역할론에 근거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정부 정책이 자꾸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나오는 우려의 발언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저출생과 고령화, 소득 불평등, 교육 격차 등 구조적인 문제 앞에 한국은행의 역할을 통화정책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3월에는 ‘돌봄 비용 보고서’를 통해 돌봄비용을 낮추면서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같은 우리 사회 고질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 등 최저임금을 비껴갈 수 있는 방식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달 필리핀 여성 아이돌보미 월 임금을 국내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해 출산가정의 부담을 키워놨다.

또한 사과 등 OECD 국가와 비교해 농산물 물가가 유독 높다며 수입 확대를 주장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나서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사과처럼 전체를 수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농가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정책일지 모르지만,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발언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연관성은 없다”고 반박하면서 수입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금사과 사태를 지금까지 끌고왔다.

금리 인하 결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일련의 발목잡기 등 허들을 해결해야 하는 이 총재를 비롯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일시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내놓는 단발성 정책들이 쌓여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한은에게는 큰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주 12일에는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근래 집값 상승 요인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정부의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치솟는 집값과 가계대출 급증 요인으로 주택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 불안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주 미국 금리 인하 이후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국내 금리인하를 두고 정부와 한은 간의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트럼프가 금리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파월은 전혀 움직이지 않아 트럼프가 파월을 바꾸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파월은 정권을 넘어서 지금까지 연준 의장을 이어가고 있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경우 3명의 대통령과 함께하는 초장수 연준 의장이 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금융정책이나 통화정책을 끌고가는 위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 고유의권한에 정권이나 정부의 단편적이고 정치적인 셈법으로 간섭하다가 쪽박을 깨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총재의 소신과 신의 한수를 기대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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