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대체로 거론도 안되는 삼성전자…이재용 시험대

-젠슨 황 “TSMC 외의 대체 기업 품질에 문제 있어”…삼성 HBM 불신
-D램가 하락∙스마트폰 위축•인도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등 트리플 악재
-해외근무 마케팅∙영업∙행정 5만2900명 중 1만2105명 정리해고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9.12 09:29 | 최종 수정 2024.09.12 16:18 의견 0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최근 '삼성 멤버스 커넥트'행사를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1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그룹이 주최한 테크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현재 AI 칩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세계 1위의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와의 관계를 끊고 다른 업체에게 맡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삼성전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젠슨 황의 이날 발언은 TSMC를 다른 업체로 바꾼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속에 대만의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현실이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다른 업체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젠슨 황은 “TSMC는 동종 업계 최고"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업체를 바꿀 경우 품질은 떨어질 것이다”고 말해 TSMC를 완벽히 대체할 업체를 찾지 못했고, 그런 배경 속에 삼성전자에 비중을 두고있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엔비디아의 AI 칩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밖에 없기 때문에 TSMC에 변고가 생길 경우 자연적으로 삼성전자가 그 자리를 대신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젠슨 황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하는 발언이다.

결국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도체 세계 최고의 기술로 ‘기술 제일주의’를 부르짖었던 삼성의 위상이 급강하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TSMC에게 밀려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대체 기업으로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삼성의 심각한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4일 로이터통신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기술력 허점을 세계 시장에 드러냈다.

기술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영업전선에도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일부 사업부의 해외 직원을 최대 30% 감원한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 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계획은 올해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며 미주, 유럽, 아시아 및 아프리카 전역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최신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직원은 26만7천800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14만7천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은 2만5100명이고 행정직원은 2만7800명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업 및 마케팅 직원 3765명과 행정직원 8340명 총 1만2105명을 해고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축된 배경으로는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심각한 불황으로 이익이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중국 화웨이에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7월 삼성전자가 신제품으로 내놓은 갤럭시Z폴드6와 플립6가 기대와는 달리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에 반해, 지난 9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내놓은 3단 폴더블폰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추격을 받게 됐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 반전했고, 연간 120억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도에서도 임금 문제로 파업에 들어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더해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에게 자리를 내줄 판이니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삼성전자 주식은 한 달 넘게 외국인이 매도를 이어가고 있고, 11일까지 7일 연속 하락 속에 지난 11일 52주 신저가인 6만4900원을 기록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가 이재용 회장이 그룹을 맡은 지 10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지금이 이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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