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자산 200조원이 넘고 직원수가 8700명인 거대 공룡 국영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패가 부동산 시장 기반을 무너트리고 있다.

순살아파트로 유명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상판 붕괴의 원인이 전관들과의 뇌물 및 향응 수수를 매개로 한 봐주기식 특혜 관행으로 밝혀지면서, 엄청난 권한을 가진 갑질이 부른 부작용이 사회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치는 지 보여줬다.

감사원이 공개한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LH 자체 조사에서 무량판 설계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17개 지구를 대상으로 LH가 구조설계 감독을 적정하게 했는지 점검한 결과 16개 지구에서 건축구조설계 단계부터 오류가 발견됐다.

심지어 2개 지구, 229개 기둥에서는 구조설계 과정에서 건축구조설계 업체가 전단보강도면 작성 자체를 누락되기도 했다.

구조설계 오류, 도면 작성 누락 여기에 시공오류 감독 소홀 등이 붕괴라는 부실시공을 부른 것이고, 그 이면에는 전관들과의 뒷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전관들과의 뒷거래 방법은 다양했다. 국내외 골프 향응 접대, 상품권 제공, 현금 수수 등 밝혀진 것만해도 엄청나다. 수년 간 10여차례에 걸쳐 4000여만원을 받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상품권으로 명품가방을 사고, 2년간 32회 골프접대를 받고 해외 골프 투어 등 뇌물이나 유흥성 접대를 받았다. 접대 이후에는 공사를 수주하고, 벌점을 면제받는 등 확실한 대가가 돌아갔다.

LH가 발주하는 공사와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와 심사위원들 간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68 건의 기업과 개인이 처벌을 받기도 했다.

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사업관리용역(감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심사위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뇌물 공여자인 건설사업관리용역 업체는 희림, 대평, 무영, 건원, 마인, 행림, 광장, 목양 등등 해서 16명이 재판을 받았고, 뇌물 수수자는 송원대, 한남대, 울산대, 부산대, 경기대, 동아대, 광주광역시, 용인시청, 수자원공사, 국토안전관리원 교수 및 직원 등등 18명이 재판을 받았다.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개인과 법인 역시 18곳이다.

이번 뇌물 및 입찰담합 사건으로 동일, 희림, 신화, 무영, 다인, 신성, 마인, 건원, 목양, ITM, 근정, 토문, KD, 대성, 광장, 진전기, 길, 해마, 건일, 범도시 등 20곳의 감리업체가 입찰 참가 제한사로 지정돼 상당기간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내노라하는 감리회사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이러한 뇌물과 입찰 담합 뒤에는 LH의 허술한 입찰 관리가 있다. 정작 당사자들이 뇌물수수나 전관과의 뒷거래 및 봐주기가 관행이 돼있다 보니 그런 비리와 부정을 당연시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비단 감리회사 선정 과정에서만 이러한 뇌물수수와 담합이 있었겠는가? 정작 규모가 큰 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는 얼마나 많은 뇌물과 담합 등이 일어났을 지 가히 짐작이 간다.

LH는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나뉘어 있던 것을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두 회사를 합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만들고, 초대 사장으로 이지송 사장을 앉혔다. 이지송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근무 시절 함께 근무한 한 살 차이의 절친한 직장 동료였다.

두 회사 합병 명분은 공기업 선진화였지만, 실제는 선진화와 반대로 갔다. 출범 당시부터 130조원의 부채를 안은 자산총액으로는 한국전력보다 많은 비대한 공룡기업을 만들었다. 문제는 토지와 주택으로 나눠났던 것을 합치다 보니 엄청난 권력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리틀 국토부를 만든 것이다.

공무원이 아니니 사기업의 대우를 받으면서 공무원의 권한을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을 만들었다.

LH는 국토교통부가 지분 88.82%를 가진 국영기업이다. 나머지 지분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조금씩 가지고 있다.

너무나 큰 공룡기업을 만들어놓다 보니 어디부터 손봐야 하는지 안에 있는 사람도 밖에 있는 사람도 알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만 짧은 시간에 정상화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선 과거에 토지와 주택을 나눠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 만이라도 살려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눠놓고 그 다음에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것이 순서 아닐까?

국가도 권력을 나눈 이유가 독점을 통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회가 없고 법원이 독립돼있지 않다면, 대통령을 누가 견제할 수 있겠는가. 똑 같은 이치다. 일단 분리해 놓으면 그동안의 문제와 허술한 구멍들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 순서를 정해 치료하면 되지 않을까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