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미국 증시는 이틀 전에 있었던 폭등을 그대로 반납하고 내려왔습니다. S&P500은 1.37%, 나스닥은 2.3% 하락하면서 장을 마감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나스닥이 폭등할 때, 시장에서는 다시 또 상승장으로 전환된 것 같다면서 일제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불과 하루 만에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하고 내려온 것입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미국 시장에 순환매가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통상적으로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한 테마가 마무리되면, 시즌이 종료되고 주가 역시 가격 조정의 시간을 거친다는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최근 들어, 리스크 관리를 해온 투자자와 무시해온 투자자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전일 미국 증시가 하락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AI에 대해서 열광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AI라는 것이 꽃 피우고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부터 시작해서 일부 AI 반도체 칩 메이커 기업들이 다소 찝찝한 실적 발표를 보여주었을 때부터, 저는 그런 우려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물론 여전히 좋은 기업들도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에서도 실적이 생각보다 폭발적으로 AI 덕분에 증가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테슬라까지 생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애플, 아마존 그리고 메타의 실적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메타의 실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을 엄습하는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의 차가움을 이겨내지는 못하고 주가는 4.82%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문제는 애플과 아마존이었습니다. 애플은 주당순이익과 매출은 모두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아이폰 매출도 예상치를 상회하였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1% 하락하는 수준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중화권 매출이 예상치를 하회하였습니다. 중화권 매출은 6% 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이는 애플이 중화권에서 화웨이와 같은 다른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애플에 실망한 듯 합니다.
아마존은 주당순이익(EPS)이 1.26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1.03 달러를 상회하였습니다. EPS가 크게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것은 아마존이 이익 확보를 위해서 강력한 원가 절감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가 절감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은 돈을 많이 벌어오는게 최고겠죠? 그런데 아마존의 매출은 1479억 8천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 1485억 4천만 달러를 하회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I와 관련성이 큰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은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지금 빅테크와 AI에 기대하는 것은 간신히 월가 예상치를 맞추라는 것이 아닙니다. AI의 발전에 힘입어 기업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퀀텀 점프를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지, 이 정도로 시장의 기대치를 채워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아마존은 7% 가량 애프터마켓에서 하락하였습니다.
이렇게 AI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에서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려 현실을 바라보게 되니, 이제 미국의 경제 지표나 경제 상황에 관심이 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어제 미국의 공급관리협회(ISM)에서는 제조업 PMI 지표를 발표하였습니다. 지표는 46.8을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ISM의 PMI 지표는 50을 기준점으로 해서 50보다 밑에 있으면 제조업 상황이 위축되었다고 판단하고, 50보다 위에 있으면 제조업 상황이 좋은 것으로 봅니다.
제조업 PMI가 46.8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 판데믹 초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월가에서는 48.8로 6월 달에 기록한 48.5에서 오히려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46.8로 PMI가 급감하면서 당황해하는 눈치 입니다. 제가 그동안 올려드린 글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전혀 당황할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경기가 위축되고 침체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경기 변화에 민감한 제조업의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세부 내역을 보면 더욱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ISM-PMI 세부 지표중에 신규 주문은 47.4로 이전 달 49.3에서 급감하였습니다. 신규 주문이 감소하면 당연히 생산도 감소할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생산을 할 사람들도 필요가 없으니, 고용도 같이 급감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50 이상의 수치를 보여준 분야는 배송 지연과 가격이었습니다. 특히 가격 지수는 52.9를 기록하면서 세부 지표 중에서 제일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한 마디로 제조업의 업황은 좋지 않은데, 물가가 많이 올라서 원자재 등 가격은 비싸다는 것입니다.
물건이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신규 주문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걸 보니, 미국의 제조업 상황은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ISM-PMI 지표가 좋지 않게 나와서 시장에 경고를 준 지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것을 무시한 것은 우리 일반 투자자들입니다. 관련 보고서나 신문 기사 등에서는 AI에 대한 환상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AI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약해지니까 이제서야 현실적인 경제 상황이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급기야 미국에서는 이번 7월 FOMC에서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했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점점 경제 지표가 악화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8월에는 잭슨홀 미팅이 개최되기 때문에 FOMC가 열리지 않습니다.
9월 중순까지 가야 미국이 기준 금리를 건드릴 수 있는데, 너무 늦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시장에서 하는 것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불과 얼마 전, 바로 몇 주전에 분명히 시장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기준 금리 인하 없이도 주식 시장은 계속 상승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는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맞물려서 채권 금리는 어제 폭락하였습니다. 그동안 눈가리고 귀를 막아왔던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엄습한 것입니다. 무려 어제 하루에만 12.5bp 정도가 미국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금리가 하락한 것입니다.
채권에 대해서도 불과 얼마 전에 시장에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미국이 돈 풀기를 계속할 것이고, 미국 국채도 많이 찍기 때문에 미국 채권은 쓰레기라고 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미국 국채는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늘 말씀을 드리는 것처럼 투자는 '방향성'을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분명히 지금 경제 지표는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이야기해주고 있고, 신호등 노란불을 켜주면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 선행 지수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앞두고도 이미 경고를 여러 차례 준 바 있습니다. 그 것을 무시한 것은 우리 일반 투자자들 입니다. 한마디로 사고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것입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장기적으로 성공한 단기 투자자를 본적이 없다". 한 두번은 맞출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무엇이든 투자는 횟수를 여러번 시도하는 반복 게임입니다.
반복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을 때는 베팅을 하는 것이고, 그 베팅은 방향성을 보고 하는 것이 가장 적게 돈을 잃으면서 크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셔 케이,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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