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 본사 사옥.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심각할 정도로 높아졌다. 업계 평균은 52.8%이고 한국자산신탁이 81.3%로 가장높았다. 한국토지신탁은 45.9%로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사진=수도시민경제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가 부동산신탁사들과 2금융권 전체로 번지면서 하반기 국내 경제에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향후 6개월 이내에 옥석가리기를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잠재됐던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에따라 부동산 문제가 금융시장으로가지 옮겨붙을 가능성도 커졌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품고 있는 자산 중 절반 이상이 부실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신탁사가 대신 짊어지기로 한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사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는 것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14개 모든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52.8%로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들고 있는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부동산신탁사별로 보면 한국자산신탁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1.3%로 같은 기간 대비 41.0%p 오르면서 최고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신한자산신탁이 74.5%로, 우리자산신탁이 64.4%로 각각 42.0%p와 35.3%p씩 상승하면서 해당 수치가 높은 편이었다.
나머지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교보자산신탁 61.9% ▲코리아신탁 56.9% ▲하나자산신탁 55.2% ▲코람코자산신탁 51.4% ▲KB부동산신탁 49.2% ▲대한토지신탁 48.1% ▲한국토지신탁 45.9% ▲대신자산신탁 43.1% ▲무궁화신탁 41.9% ▲한국투자부동산신탁 33.1% ▲신영부동산신탁 13.7% 등 순이었다.
액수로 놓고 봐도 부동산신탁업계에서의 부실채권은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2배 넘게 늘었을 정도다. 조사 대상 기간 부동산신탁사들이 떠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3조4539억원으로 102.8%나 증가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급증하게 된 배경으로 최근 고금리와 미분양 등으로 부동산 PF를 받은 건설사들이 어려워지자 불씨가 책임준공 책임을 진 부동산신탁업계로 옮겨 붙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가 지연되고 미완성되는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신탁사가 공사 기한을 책임지고 맞춰야 하거나 대출 금융기관에 발생한 손해를 대신 배상해야 하는 케이스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PF 옥석가리기를 통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230조원의 PF 중에 10%인 23조원 이상이 부실 사업장으로 판정되고 결국 경·공매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F 부실로 인해 2금융권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1분기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연체율이 10.14%로 두 자릿수를 기록해 부동산 PF 연체율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증권업권과 저축은행업권, 여신전문금융업권 PF 브릿지론 연체율이 각각 20%대, 14%대, 12%대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20.18%로 작년 말보다 무려 10.27%포인트(p) 뛰어올랐다.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중 브릿지론 연체율은 10.14%로 작년 말보다 1.85%포인트(p)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본PF 연체율이 2.57%로, 0.67%p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전체 금융권 PF 대출 브릿지론 잔액은 17조4천억원으로 작년 말(17조1천억원)보다 3천억원 늘었다. 브릿지론이 전체 금융권 PF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했고, 나머지 116조8천억원은 본PF 잔액이었다.
브릿지론 연체율을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은 0.58%로 0.44%p, 보험은 3.51%로 1.37%p, 저축은행은 14.00%로 1.10%p, 여신전문금융회사는 12.63%로 2.53%p 각각 뛰어올랐다. 증권은 20.26%로 1.78%p 떨어졌지만, 여전히 20%대를 기록 중이다.
PF 대출과 유사한 성격으로 통하는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20.18%로 전년말 대비 무려 10.27%p 뛰어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를 둘러싼 각종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서 중소 금융사들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신탁사들의 입장이 더 불안한데 자금운용과 부동산 사업을 동시에 하다보니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를 이중으로 받아야 하는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PF 옥석가리기를 통해 파산하는 시행사와 함께 부동산신탁사 역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