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의 조사에서 특정 정치인을 향한 체계적인 '프레임 형성' 전략이 포착됐습니다. 본 분석은 그 구체적 방법과 효과를 실증적으로 살펴봅니다.
여론조사 속 숨겨진 프레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는 3월 5일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의 68차 정례조사 결과가 등록되었습니다. 이번 조사의 특이점은 조사대상이 만18세 이상부터 39세 이하로 한정된, 이른바 ‘2030세대 조사’라는 것입니다.
이 조사는 일반적인 정치 여론조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일관된 부정적 인식 형성 과정이 발견됩니다. 이재명에 대한 노골적인 악마화 전략입니다.
‘유죄추정’을 유도하는 비대칭적 가정법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은 직전 67차 조사부터 특정한 가정을 전제로 한 새로운 문항 두 개를 도입했습니다. 이번 68차 조사에서도 “트렉킹 조사”라며 해당 문항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 문5: 윤대통령 탄핵시 범여권 대선 후보 적합도
- 문6: 이재명 피선거권 상실시 범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여야 균형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편향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과 ‘이재명 피선거권 상실’은 시간적 차이와 현실성이 분명히 다릅니다.
윤석열의 경우 헌재 결정이 임박했고, 탄핵될 경우 60일 내 대선이라는 명확한 법적 절차가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이재명의 경우는 2심 재판 중이며, 판결 시기가 불확실하고 최종 확정까지 추가 재판(상고심)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또 윤석열 탄핵은 헌법적 절차에 따른 정치적 상황을 가정하는 것인 반면, 이재명 피선거권 상실은 형사 재판에서의 특정 결과를 가정하는 것으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합니다.
따라서 두 가정은 현실성, 시급성, 확실성 측면에서 균등하지 않으며, 특히 이재명에 대한 가정은 상대적으로 더 멀리 있는 불확실한 상황을 마치 임박한 것처럼 가정하여
유죄추정의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악마화 질문 3종’
위 가정법에 이어 특정 순서로 배치된 세 가지 질문이 추가로 등장합니다.
- 문8.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예측
- 문11. 형사사건 기소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재판 진행 여부
- 문12. 가장 위험한 정치인
문8.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예측

앞서 유죄추정 프레임이 형성된 상태에서 이 질문은 응답자들에게 이재명의 유죄 가능성을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특히 응답의 범주는 더 편향돼 있습니다. 세 가지 선택 중 두 가지가 유죄 관련 선택으로 유죄 가능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문11. 형사사건 기소 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재판 진행 여부

질문은 응답에서 다시 한번 이재명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이끌기 위해 노력합니다. 질문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라고 한 후, 답변 선택지에서 다시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이라고 중복 표현합니다.
"피고인"과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반복함으로써 ‘피고인 출신 대통령’, 그리고 이재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여론조사 설계에서는 불필요한 중복입니다.
정상적인 여론조사라면 다음과 같아야 할 겁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의 재판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
-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
이것이 조사 설계의 의도성을 숨기지 않는 정직한 접근법입니다. 적어도 그 편향성이 숨겨지지 않고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응답자가 그 편향성을 인지하고 판단할 기회를 갖기 때문입니다.
문12. 가장 위험한 정치인

앞서 이재명에 대한 법적 문제와 유죄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환기시킨 후, 곧바로 ‘위험한 정치인’을 물어봄으로써 응답자들이 이재명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는 순서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질문에서 이재명이 높은 비율로 선택될 경우, "OO%가 이재명을 가장 위험한 정치인으로 꼽았다"는 식의 인용 보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아래는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의 68차 조사를 인용한 3월 7일자 문화일보의 한 기사 제목입니다.

여론조사 설계의 윤리적 문제
한국여론조사학회의 '여론조사 윤리강령'에 따르면 여론조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응답자의 자유로운 응답을 저해하는 편향적 질문이나 유도 질문을 배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의 이번 여론조사는
- 문6에서 피선거권 상실이라는 특정 결과를 가정
- 문8에서 유죄 판결 예측 요구
- 문11에서 피고인 출신 대통령 이슈화
- 문12에서 "위험한 정치인" 평가
로 이어지는 순차적 질문 구성을 통해 응답자의 인식에 체계적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독립신문,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