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홍명보 호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08 07:31 | 최종 수정 2024.07.08 16:18 의견 0
신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

탈 많았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이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주장으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끈 한국축구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긴 대표적인 축구영웅이다.

그러나 그에게 항상 따라다녀야 하는 불명예가 있다. 바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졸전이다. 바로 딱 10년 전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는 2013년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에 올랐다. A매치 첫 감독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명성과는 달리 홍명보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2패1무 조 꼴찌로 16강 진출에 실패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문제는 본선 진출팀 중 가장 약체로 평가받았던 알제리에 2대4로 대패한 것, 그리고 전반 43분 1명이 퇴장당해 10명과 싸운 벨기에전에서 0대 1로 패한 것이었다.

월드컵 일정을 서둘러 접고 6월 30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대표팀은 귀국인사조차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해야만 했다. 항의하는 축구팬들로 공항이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었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들이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야유를 보내며 대표팀에게 호박엿을 던지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이 속한 카페 이름은 '너 땜에 졌어'다.

인천공항에서 엿을 뿌린 카페 회원들은 7월4일에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주차장 입구 건너편에서 '한국축구는 죽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장례를 지냈다. 장례식을 마친 후에는 "국민의 마음을 엿 먹였으니 되돌려줘야 한다"며 호박엿을 들고 협회 진입을 시도하다 무산됐다. 이어 7월7일에는 축구협회에 엿 2kg를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참패 원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홍명보 당시 감독의 용인술을 꼽는다. 바로 박주영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 화를 불렀다는 평이다. 심지어 “홍-박 듀오가 만든 참패다”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브라질월드컵 1차전인 러시아전과 2차전인 알제리전에서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은 한번의 찬스도 잡지못한 채 0슈팅, 0득점, 0어시스트라는 졸전 모습을 보였다. 결국 3차전인 벨기에전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참전 반대여론이 거셌기 때문이었다.

당시 해외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만 지켰던 박주영을 대표팀으로 발탁하고 원톱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결국 홍명보 감독의 용인술 실패로 분석하면서, “고려대 인맥 챙기기가 국가 축구를 망쳤다”는 말까지 한다.

홍명보 감독, 박주영 선수 모두 고려대학교 동문이다. 축구계에서 고려대학교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한국축구의 신화를 세운 차범근과 그의 아들 차두리를 비롯해서 홍명보 서정원, 이천수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축구스타를 배출했다. 그렇다보니 축구계에서는 고려대 마피아란 말도 있다.

거기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협회장인 정몽규 회장 역시 고려대학교 동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에 영향력이 지대한 차범근 전 감독은 고려대학교 출신 축구인의 대부다.

그동안 한국 축구인은 대표팀 감독이 돼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는데 바로 학연 지연 등을 기반으로 선수를 기용해 결국 팀의 결속을 해치고 특정 세력이 대표팀을 지배하면서 팀을 망친다는 지적이다.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은 누가 뭐라해도 히딩크다. 그는 어느 누구의 청탁도 배격하고 오직 실력과 축구에 대한 예의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 등만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던 것이다. 물론 히딩크호에도 홍명보나 서정원 등 고려대 출신이 있었지만, 히딩크호 최대의 스타인 박지성은 명지대, 이영표는 건국대, 안정환은 아주대 출신이다.

골고루 그리고 다양하게 선수를 구성해야 감독도 전략을 구사하고 팀 이끄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이제 공은 홍명보 감독에게 넘어갔다. 10년 전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당시 실패 원인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의외로 축구 비전문인 것 같은 국민들의 지적이 옳을 수 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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