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사비 갈등 더 커진다…현대건설 이어 롯데건설도 공사중단 예고

-둔촌주공, 반포주공 1단지, 장위4구역 이어 청담르웰까지 줄줄이
-대법원 ‘물가변동 배제특약’ 무효 판단에 따라 분쟁 확산 전망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18 07:00 | 최종 수정 2024.06.26 05:09 의견 0
롯데건설이 시공사인 청담르엘.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이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 하는 ‘청담르엘’의 공사 중단을 예고하면서 재건축 건설현장 공사비 갈등이 다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재건축 현장에서 그랬듯이 이 현장 역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이에 따라 일반분양 일정까지 미뤄지면서 추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현장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 17일 청담르엘 공사 현장에 공사 중단를 예고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당사는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원(직접공사비 2475억, 대여금 1080억, 사업비 130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조합은 도급 계약상의 의무(일반분양, 조합요청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도급 공사비 정산 등)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롯데건설과 조합은 지난 2017년 8월 총 공사비 3726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5월엔 58% 인상된 6313억원으로 공사비를 협의했지만, 증가한 공사비를 두고 조합 내분이 일어났고, 공사비를 협의한 조합장은 지난해 7월 자진사퇴했다. 현 집행부는 예전 집행부가 협의한 공사비를 거부하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기기로 결정한 상태다.

롯데건설 측은 “5월 말 기준 공정률이 50%에 달하지만 일반분양이 무기한 미뤄지면서 공사비 수금은 5.6%에 그치고 있다”며 “공사비 증액 이후 조합이 추가로 요구한 마감재 및 설계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및 공사비 증액 요구도 조합 측이 거부하고 있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에 따라 90일 이후인 9월 1일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사례는 최근 2년 사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2022년 국내 최대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당초 공사비 2조667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증액되는 과정에서 시공단과 조합 간의 갈등으로 공사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사업비가 더 크게 늘어났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고 분양가가 예상되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현장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조합에 대해 당초 공사금액인 2조6363억원을 4조775억원으로 1조4412억원 증액을 요청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당초 공사금액 대비 55% 늘어난 금액이다. 공사 중단에 따라 추가로 공사기간도 34개월에서 44개월로 늘어나는 것에 합의하면서 5월 말 일차적으로 공사가 재개됐다.

이 외에도 성동구 행당7구역, 성북구 장위4구역 등도 공사비 증액 요청과 이를 반대하는 조합과의 갈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결국 공사비 증액에 더해 공사기간 연장까지 사업비 증가 규모가 더 확대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형편이다.

앞으로 공사비 갈등 문제는 더 심각한 사업추진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법원이 민간공사 계약에서 물가상승분을 공사비 증액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불가변동 배제특약’ 효력을 무효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부산 소재 교회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시공사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부산고등법원은 해당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면서 시공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을 근거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은 시공사가 착공 후 추가 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도급 계약상의 특약 사항으로, 발주처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외부 요인에 대한 부담을 시공사에 전가하는 방식이다​.

이 판결은 건설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KT와 쌍용건설은 경기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문제로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며, GS건설은 미아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공사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적인 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공사들은 공사 도중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공사비 증액이 가능해졌으나, 발주처는 계약 준수의 원칙을 주장하며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공사비지수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과거 계약한 현장들의 실제 공사비 증가분이 커, 많은 현장에서 이러한 갈등과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9월 152.84를 기록한 뒤 잠시 조정을 보이다가 올해 다시 상승 기조로 바뀌어 지난 3월 잠정치는 154.09까지 뛰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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