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 부자감세 반대하는 민주당 문턱 넘을까

-정부∙여당 이어 대통령실도 폐지입장 밝혀
-재산세와 종부세 단일화 필요 여론, 입법권 쥔 민주당 입장 중요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17 07:00 | 최종 수정 2024.06.17 11:19 의견 0
고가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전경

지난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 공중파 TV 시사프로에 출연해 종부세를 두고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서 주장해온 종부세 폐지방침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징벌적 이중 과세', '공평 과세' 등 대립이 극명했던 종부세를 두고 정부·여당에 이어 대통령실도 공식적으로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의결에 참여해야 할 야당에서도 입장을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정치권에서는 종부세 자체를 없애는 것은 이중과세 시정 차원에서 옳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지방 재정 악화·종부세는 지방세 재원), 실제 입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제도는 유지하되 큰 틀의 대대적 개편으로 정책 체감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구체적 방법론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반 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없애고,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종부세 개편에 착수한 정부·여당도 이 틀에 맞춰 개편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맞춰 고가 부동산에 물리는 종부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완화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긴 했다. 지난해부터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가구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했고, 종부세율도 낮췄다. 지난해 주택 종부세를 낸 사람 중 무거운 세율이 적용된 '중과 대상'이 1년 만에 99% 넘게 감소했다.

앞으로 정부 생각대로 종부세 개편이 이뤄지면 사실상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처럼 최상급지의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종부세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공시가에 기본공제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할인율)을 곱해 나온 과세표준에 종부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기본공제금액 상향으로 1가구 1주택자는 대략 시세 20억 원 이하(공시가 12억 원 안팎) 아파트까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실거래 가격이 22억 원 안팎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114㎡)의 경우 올해 공시가는 13억7000만 원으로 매겨져 종부세는 45만 원 안팎이다. 재산세(300만 원)와 합치면 부동산세는 총 345만 원이다.

정부가 기본공제금을 기존 12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높이면 시세 25억 원 안팎 아파트까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아 이 아파트 소유주는 세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기본공제금을 20억 원으로 높이면 종부세 면제 구간이 시세 20억 후반대 아파트까지 올라간다.

관건은 입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그간 정부가 낸 여러 경제활성화 법안이 민주당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한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당과 대통령실이 폐지 입장을 밝혀도 민주당이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부자감세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종부세 폐지 기대감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서울 강남 3구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집값 상승에 빌미를 줬다는 지지층 반발을 우려해 민주당이 종부세 폐지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통령실은 오전 대통령실 성 실장의 방송에서의 발언에 대해 오후 5시경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여론에 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사실상 종부세는 재산세에 더한 이중과세 성격이 지나치기 때문에 헌법 위배 측면도 있다는 의견이 많아 오래전부터 개편 논의가 지속돼왔지만, 집값 관리 측면에서 없애지 못했지만, 차제에 재산세로 일원화해서 관리하는 것이 관리하기 훨씬 더 편할 것이고 효과도 있을 것이다”면서 “그러나 종부세가 지방세인 점을 감안해 지방세수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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