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풀린 DSR, 집값 자극할까…정부, 스트레스DSR 한발 물러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2개월 미뤄고, 3단계도 내년 7월 이후로
-한 달 만에 6조원 불어난 가계부채, 부채관리 비상 우려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26 07:08 | 최종 수정 2024.06.26 07:09 의견 0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 시기를 연기했지만, 가계부채 증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당시의 명동 상가. 사진=수도시민경제

정부가 다음주인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를 돌연 연기해 가뜩이나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상황 등을 고려해 강화된 대출 규제 시행을 두 달 미뤘다는 설명이지만,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사실상 빚을 더 내라고 부추기고 셈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일을 7월1일에서 9월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당초 다음 달부터 적용 예정인 스트레스DSR 2단계는 적용대상으로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를 추가하고, 스트레스 금리(0.38%→0.75%)를 높이는 2단계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이 경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은행권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의 주담대도 스트레스DSR을 적용받는다. 차주별 DSR 최대 대출한도가 은행권 및 제2금융권 주담대는 변동·혼합·주기형 등 대출 유형에 따라 3~9%, 신용대출은 1~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음달 나올 서민·자영업자 지원 범정부 정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 상황 등을 고려해 2단계 시행 시점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이 줄어드는 차주가 약 15%로 분석돼 이분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진행 중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성 평가도 연기 이유 중 하나다. 같은 시기에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더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 추이를 고려하면 이 시점에 대출 규제 강화를 연기한 것이 적절한 판단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6조원 증가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하단이 2%대까지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정부가 ‘집값 부양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집값 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전망 CSI는 108로 7p 올랐다. 주택가격 전망 CSI는 1년 후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5% 오르며 13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주 전국 아파트 시세도 0.01% 올라 집값 상승세가 서울에 이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주 기준 57주 연속 상승세다. 전세가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인해 매매가와의 차이인 전세가율이 올라가면서, 갭투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스트레스DSR 적용 연기로 인해 가계대출을 통한 갭투자 열기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택대학교 오세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 집값은 최고점 대비 90%까지 육박한 상황이어서 집값 관리가 시급한 상황인데,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스트레스DSR을 연기할 경우 시장은 대출을 늘려도 되는 사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집값과 물가인데 두가지 모두에 도움이 안되는 정책결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가계부채에 대해 현재도 관리가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가 부채를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경우 기업부채, 정부부채에 더해 가계부채 총 5000조원이 넘는 총 부채 관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3단계 스트레스DSR도 7월로 연기했다고 하지만, 그때 상황에 따라 실행이 안 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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