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통합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첫발 뗐지만…’첩첩산중’

-세부 배점기준 공고했지만 상가 동의율 낮춰 대규모 단지에 유리
-사업성 확보 대안 없어 재건축 추진 여부 여전히 불투명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26 10:16 의견 0
1기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도 평촌의 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추진 관련 조합장 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25일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공모지침을 공고하면서 1기신도시 재건축 기본 방안을 처음 내놨다. 이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속도를 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남시가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선정기준에 지역 여건을 반영해 세부 배점기준을 확정하고 공고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성남시가 발표한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배점 기준을 보면, 상가 동의율을 대폭 낮추면서 대규모 통합 재건축 단지에 유리하게 한 것이 특징인데, 이를 두고 일부 대단지만을 위한 맞춤형 공고 아니냐는 볼멘 소리고 나오고 있다..

공고 내용을 보면, 구역 내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 단지별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 구역 내 상가소유자의 20%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가장 높은 배점(60점)을 부여한 주민동의율에는 상가동의율을 포함하지 않았다. 사실상 상가동의율은 20%만 확보하면 된다는 얘기다.

재건축 단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상가 동의 비중을 대폭 낮추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내겠다는 성남시의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 재건축 단계에 들어갔을 때 찬성하지 않은 상가의 반대가 거셀 경우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통상의 장벽을 어떻게 넘을 지가 관건이다.

이번 공고에서는 통합재정비 참여 단지 수보다 참여 가구수에 대한 점수 비중을 높인 것도 눈에 띈다. 통합참여 주택 단지 수 배점을 기존 10점에서 4점 만점으로 줄인 대신, 참여 가구수 배점을 10점에서 15점으로 크게 높였다.

그러나 벌써부터 상당수 단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통합재건축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대규모 단지에 유리한 선정 조건으로 인해, 단지 가구 수가 적거나 상가 동의율 포함을 기대했던 단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상가동의율이 빠진 것을 두고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추진위원장들 상당수가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단지의 통합재건축추진위원장은 "상가동의율의 경우 다른 단지들은 상가 소유주들이 위원회를 만들어 우리와 협상하는 구조"라며 "20%라는 기준을 정하고 주민동의율에서 뺀 것은 사실상 일부 단지에 혜택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1기신도시 재건축 성공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번 분당 재건축 공고 역시 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적 집값이 비싼 분당의 경우 다른 1기신도시에 비해 통합재건축 여건이 유리한 관계로 재건축 일정을 내놓고 있지만,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다른 1기신도시는 물론이고 분당마저도 현재와 같은 여건으로는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성인데, 1기신도시 재건축 추진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마스터플랜이 없다보니 향후 일어날 변수에 대한 예상이 어렵게 돼있다.

재건축을 위해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 규모가 가장 큰 관심인데,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계산된 이런 저런 수치만 돌아다니지 정확한 분담금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사업 추진 절차에서 엄청난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15억원 정도인 분당 84㎡ 아파트를 재건축 할 경우 6~7억원 정도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찬성하겠는가? 평촌이나 일산의 경우도 10억원 정도의 아파트 재건축에 7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내야한다면 과연 사업이 진행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실제 착공이 들어가는 시점의 공사비, 인건비, 사업비로는 조합원 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재건축의 경우 분양받는 면적에 더해 공용면적에 대한 공사비까지 최소 3.3㎡당 공사비로 200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고도 한다.

얼마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1기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적정 재건축 분담금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현실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분담금 수준은 평균 2억원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커다란 갭이 형성돼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재건축 용적률을 현재 180~200%에서 법정 상한의 1.5배까지 부여하는 등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그 정도론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도 인센티브 대가로 기반시설 부지나 설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과밀화 우려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때문에 시장에선 초역세권 단지를 ‘준주거지역’(최대 750%)으로 종상향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기본적인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그 큰 그림 안에서 각각 신도시 및 노후도시들의 재건축 추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1기신도시 재건축 그림은 내놨지만, 감당이 안되니 주민동의 등 주민들에게 공을 떠넘긴 인상을 받는다”면서 “이런 식이면 결국 1기신도시 전체가 갈등으로 엉망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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