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 과징금 받은 쿠팡, 소비자 권리 찾아줄까

-공정위의 예상 뛰어넘은 과징금에 당혹…투자계획 전면 재조정
-“커머스 업계 전반적으로 자성의 계기 삼아야” 목소리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6.14 07:00 의견 0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대해 PB상품 우대 진열 관련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쿠팡의 직매입 및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과 관련해 유통업계 사상 초유의 1천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자 쿠팡도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부과한 역대 최고액이다. 여기에 형사 고발까지 더해지면서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 모양새다.

한국 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 대응에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최악의 장애물을 마주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 여파로 쿠팡의 '전매특허'인 로켓배송 서비스는 물론 C-커머스 대응 차원에서 마련한 중장기 물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과 자사 PB 상품을 노출하고자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언급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잠정액은 쿠팡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6천174억원)의 23%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통업체에 매겨진 금액으로는 최고액이다.

지금까지 담합 사건을 제외하고 공정위가 다룬 기업 단독 사건 가운데서도 퀄컴, 구글, 삼성 등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표된 과징금 액수는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위반 행위에 따라 산정된 잠정 금액으로, 지난해 8월부터 현 시점까지의 과징금을 추가하면 더 불어날 수 있다. 기간으로 역산하면 최종 과징금이 2천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당장 C-커머스 공습에 대응하고자 마련한 물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쿠팡은 3년간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 확보와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10년 창립 이래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에 6조원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쿠팡 내부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향후 수익성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공정위 규제로 거래액 기준 전체 70% 비중을 차지하는 직매입 및 PB 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당장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미래 성장 동력 약화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당장 중장기 물류 투자 확대 계획에 따라 오는 20일 개최할 예정이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로 하고 이를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뒤이어 경기도 이천과 경북 김천에 들어설 물류센터 착공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은 PB 상품을 눈에 장 띄는 곳에 두는 것은 공정한 룰이 유지돼야 하는 유통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방해할 수 있어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타 유통업체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쿠팡 입장에서는 당장에야 억울할 수 있지만 건전한 시장질서를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재정비하고, 타 커머스 업체들도 정상적인 경쟁구도를 통해 소비자의 정상적인 선택 권리를 지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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