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노조, 정년연장에 승진거부권 요구…정부 적극 나서야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6.13 07:20 의견 0
현대기아차 그룹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국내 대기업 노조의 요구가 삼성전자의 파업 결의에 이어 이제는 정년연장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임금 6.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상승률(3.6%) 등을 따지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최소 2.4%포인트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재충전 휴가 신설도 노조는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쪽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부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더해 국내 대기업 노조가 올해 노사협상에서 '길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년연장 뿐만 아니라 승진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주장하고 나섰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노사협상에서 만60세 정년을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기아 외에도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와 삼성그룹 노조연대, LG유플러스 제2노조는 60→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이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연금 수령 시점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 일을 더 오래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정 정년은 2013년 60세로 연장된 뒤 변함없는데,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는 지난해 63세에서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계속 늦춰지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은퇴를 빨리 하면 할수록 소득 절벽 구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임단협에 승진거부권을 넣었다. HD현대중공업의 생산직 직급은 7~4급(14년)-기원(6년)-기장(6년)-기감(6년)-기정(기한 없음) 8단계로, 사무직은 매니저(4년)-선임매니저(4년)-책임매니저(기한 없음) 3단계로 구성된다. 생산직의 경우 기장에서 기감 이상으로, 사무직은 선임에서 책임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하게 되는데 이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이는 노조에서 탈퇴할 경우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고 승진을 하면 할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탓이다. 이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회사에 더 다닐수 없다는 불안감이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는 팽배하다.

노조의 정년연장이나 승진거부권 요구는 모두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년까지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과 노후 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65~79살 고령자 55.7%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고령자 중 남성은 65.4%, 여성은 47.3%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52.2%)가 생활비를 이유로 꼽았다.

정년 연장 관련해서는 기업 자체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년은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령시기와 정년과 갭이 있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 할 나이가 늘어나다보니 이런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정년연장과 같은 커다란 이슈를 한 회사가 먼저 나서서 결과를 내놓기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승진거부권의 경우에도 2016년 현대차 노조가 한번 요구했던 전례가 있는데, 인사권 침해 및 월권 논란이 일면서 철회됐던 만큼 개별 기업이 다시 나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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