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해 12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범죄수익 관련 가압류 인용결정을 강조하면서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남시
성남시가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 회수를 위해 통장 등에 대해 가압류를 걸었지만 실제 통장 계좌에 남아있는 돈은 0.1%인 4억여원만이 남겨져 있고 모든 돈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 11월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후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해 회수하기로 하고 2025년 12월 1일 가압류·가처분 14건을 긴급 신청했고 법원으로부터 총 5579억원의 전건 인용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조사 결과 현재 이들 대장동 일당의 계좌에는 0.1% 수준인 4억7000만원만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성남시는 지난해 항소포기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민사소송 적극 지원을 약속한 만큼 18건 전체 추징보전의 ‘실질 집행 목록’ 제공 및 자금흐름을 공유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남시에 따르면, 현재 김만배 측 화천대유 2700억원 계좌는 7만원, 더스프링 1000억원 계좌는 5만원, 남욱 300억원 엔에스제이홀딩스 계좌는 4800만원만 남아있는 등 대부분 계좌가 깡통 수준이라고 밝혔다.
성남시가 심각하게 문제 삼은 부분은 이 과정을 검찰이 알고 있으면서 성남시에 알리지 않는 등 은폐 의혹 부분이다. 형사기록에 따르면 2022년 7월 말 기준 범죄수익 4449억원 중 96.1%인 약 4277억원이 이미 소비·은닉 등 반출돼 계좌에 남은 잔액은 3.9%인 172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검찰이 처음부터 18건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추징보전 집행 내역을 성실히 공유했다면, 한정된 시간과 행정력으로도 실익이 큰 자산을 우선 선별해 더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가압류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검찰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이 성남시에 4개의 결정문 만을 제공했고 나머지 14개는 법원에서 확보하라고 해놓고는 실제는 14건 기록 전부를 검찰이 법원에서 대출해 보관 중이어서 성남시가 가압류 전에 접근이나 복사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이들 계좌는 깡통이 됐지만 자금세탁이나 우회이체 등 돈의 흐름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면서, 정성호 장관에게 지금이라도 성남시의 대장동 범죄수익금 회수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상진 시장은 “검찰이 실질 자료 제공을 회피한다면, 결과적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며 “성남시는 검찰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끝까지 은닉재산을 찾아 환수 절차를 추진하되, 법무부와 검찰이 지금이라도 약속에 걸맞은 전향적 협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성남시는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신상진 시장 명의로 “‘민사소송 적극 지원’ 약속을 즉각 이행하십시오”란 제목의 성남시 입장문을 내놨다.
성남시는 현재 26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형시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대장동 일당의 은닉 재산 찾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정 장관을 향해 두 가지 구체적인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첫 번째로 껍데기라고 할 수 있는 결정문이 아니라 실제 돈이 묶여있는 집행내역이 담긴 18건 전부에 대한 ‘추징보전 집행 목록’을 즉시 성남시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로 수사권이 없는 지자체로서는 세탁돼 빠져나간 자금 추적에 한계가 있는 만큼 깡통계좌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흐름을 성남시에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민사소송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정 장관이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면서 “항소포기로 인해 부실수사와 봐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남시의 범죄수익 환수작업에 대한 실질적인 협조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미 2022년에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의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의 돈이 빠져나간 것을 검찰이 알았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나중에 항소를 포기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상황에서, 성남시의 범죄수익 회수를 위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비협조 태도를 일관했다면, 이는 대장동 일당 봐주기 또는 범죄수익 은닉의 공범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면서 “지금이라도 성남시가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민사적으로 추징 보전을 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적극 돕지 않을 경우 국민으로부터 많은 오해를 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