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방중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4일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가 2016년 4분기 영업적자 이후 9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해 그룹 주력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에 결정적인 흠집이 나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9일 지난해 4분기 매출 23조 8538억원에 영업손실 1094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2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LG전자의 2025년 전체 영업이익은 2조4780억원으로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년 3조4197억원 대비로는 9417억원 감소한 실적을 보여 크게 뒷걸음질 쳤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TV사업부 희망퇴직을 위해 약 30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영업적자가 발생했다고 이유를 대고 있지만, 8월은 3분기이고, 절대적으로 연간 영업이익 감소분 9417억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가전 전체적으로 중국의 추격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간으로 매출은 89조 2025억원으로 전년 87조 7282억원 대비 1.7% 늘어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악화돼 2024년 3.9% 대비 1.1%p 낮아진 2.8%를 기록했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싼 가격에 물건을 대량으로 판매했거나, 마케팅 비용을 과다하게 쓴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자동차 전장사업 부분에서는 10년간의 적자 고리를 끊고 흑자로 돌아서 다소 위안을 삼을 만하하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도 가성비 높은 중국 제품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어서 앞으로 험난한 길을 헤쳐가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G전자 외에도 그룹 주력사들이 줄줄이 적자전환해 그룹의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4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발표 결과를 보면 영업이익이 –1220억원으로 나타나 적자로 전환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9046억원에서 322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분기 기준으로 3분기 2358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데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가면서 국내 1위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도 지난해 4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4분기 영업이익은 –2375억원으로 전 분기 3132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LG화학 역시 연간으로는 전년 –5632억원 적자에서 520억원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화학 산업분야 전체적으로 역시 중국의 공격을 받고 있어서 앞으로도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유독 지난해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209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4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으로도 7694억원 영업이익을 내 전년 5606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2021년 2조2306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 말고는 줄곧 적자행진을 벌여왔다. 2020년 –365억원, 2022년 –2조 8500억원, 2023년 -2조 5102억원, 2024년 –5606억원이었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배경으로 AI(인공지능) 시장에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AI서버 수요 증가 덕을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디스플레이 매출 1, 2위인 BOE와 CSOT 등의 가성비 높은 제품 공세가 확대되면서 언제까지 흑자기조를 이어갈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만 판매가가 원가 이하로까지 내려간 LCD 사업을 접은 관계로 적자를 크게 줄여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대적인 공격을 피해가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

2025년은 LG그룹 주력사들의 위기 상황을 수치로 보여준 해라고 할 수 있다. 그룹 핵심인 LG전자는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데 더해 연간 영업이익도 27.5% 감소했고, 2020년 주주이익을 훼손해가면서까지 억지로 분사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도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그런 측면에서 2026년은 회장 취임 9년차를 맞이하는 구광모호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마흔 나이에 그룹 회장에 올라섰지만, 그동안 그의 역량을 보여주기보다는 주력 사업 철수와 기업 쪼개기로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결정을 해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취임하자마자 LG화학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른 2차전지 사업을 분리할 것을 검토해 결국 2020년 12월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시켰다. 일반투자자들의 주주가치 훼손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후 쪼개기 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2021년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LG전자의 휴대폰인 LG사이언은 2010년 3분기 2800만대를 팔아 노키아, 삼성에 이어 글로벌 톱3 휴대폰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시작하고 곧바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반면 상당기간 피처폰을 고수하다가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들어간 것이 화근이 돼 2015년부터 연속 적자행진을 벌였다. LG전자 모바일사업부는 2021년 7월 31일 휴대폰사업을 접을때까지 6년간 약 5조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구 회장이 6년 연속 적자의 고리는 끊어냈지만, LG사이언 브랜드 철수는 그릅 브랜드가치와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손실의 원인이 됐고, 글로벌 산업계에서 2류 그룹으로 밀리는 계기가 됐다. 결국 구 회장은 어려움이 닥치면 정면돌파 보다는 뒤로 물러서 피해가는 길을 선택해왔다.

올해는 글로벌 산업지형의 변화가 과거보다 더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있지만 구 회장 개인적으로 경영권을 지키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개정 상법의 ‘3%룰’로 인해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이면서 양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구본무의 장녀 구연경 씨가 감사위원 선임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주사인 ㈜LG에 대한 지분은 구광모 회장이 16.27%, 우호세력인 작은아버지 구본식 LT그룹 회장이 4.57%,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3.11% 등을 합해 23.95%로 상속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영식 여사 4.57%, 구연경 씨 2.97%의 지분 합계 6.08%보다 훨씬 앞서지만 3% 룰에 따라 김영식 여사가 감사위원 선임에 개입할 수 있게 되면서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위기의 LG 구광모호가 2026년 험난한 항해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 역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