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9월 4일 당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전화 할 수 있으면 경증"이란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보건복지부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부동산 관련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가 돼 2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하루 만인 오늘 대통령실이 재가를 하면서 이상경 발 망언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 차관은 어떤 면에서 지난 10.15부동산대책 관련 불만이 쌓인 서울 수도권 민심에 불을 지른 몇몇 고위직들의 잘못된 발언들을 대표로 끌어 앉고 가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이 차관은 앞서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3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 직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반발 여론에 제대로 불을 질렀다.

그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 역시 지난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 평균치, 15억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어서 이들 아파트와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해 “어느 나라 사람 애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15억원 아파트가 서민아파트의 기준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80%가 서민이란 의미이기 때문에 복 의원의 발언은 실수를 넘어 심각한 인식의 오류를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더구나 복 의원은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이기 때문에 이 차관의 발언에 더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 인사들의 잘못된 인식에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책사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 차관은 부동산시장 수요억제책그림을 그린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을 사는 행위는 실수요 측면보다는 투기의 성격이 강해 결국 집값을 올리기 때문에 그 이익 부분을 발생시키지 않게 않거나 회수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잠재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대책인 6.27대책에 이어 10.15대책은 더 강력한 수요억제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 스스로가 갭투자를 통해서 짭짤한 재미를 봤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당연히 투기로 인한 시장의 왜곡은 막아야겠지만, 그쪽만 봤다는 것이 문제였고, 더구나 주택 문제가 국민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을 너무 쉽게 여기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가뜩이나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이 정책 자체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둘러 사임을 한 것과,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사퇴서를 수리한 것은 매우 잘한 판단으로 보인다. 10.15부동산대책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이 차관의 말이 불씨가 돼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한 것은 10.15대책의 심장이 멈출 위기의 골든타임을 지킨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10.15대책이 과연 어느 정도 시장을 안정시킬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정책 담당자의 말 한마디로 본질이 흐트러지는 것은 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차관의 신속한 사퇴와 대통령의 재가를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서의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생각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차관과 1968년생 동갑내기인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의료개혁의 선봉에서 수많은 싸움꾼 노릇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의료계와의 전쟁에서 거칠고 고압적인 태도와 말로 의료계의 분노를 자아냈고, 국민들로부터도 밉상으로 낙인 찍혔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데도 그는 걸림돌이 됐다. 의료계에서 박 차관의 경질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선지 그에게 끝까지 힘을 실어줬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12.3계엄을 선포하면서 ‘반국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의사들을 반국가세력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박 전 차관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지나서 차관으로 승진한 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까지 차관 직을 수행했다.

박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2024년 2월 정부 공식 브리핑에서 “우리는 27년간 정원을 늘리지 못했습니다”면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새’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습니다”면서 의사를 ‘의새’로 표현하기도 했다.

직업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으로 흔히 ‘새’나 ‘개’를 쓰는데, 예를 들어서 국회의원을 ‘국개의원’으로, 검사를 ‘검새’로, 기자를 ‘기레기’로, 경찰을 ‘짭새’로 쓰는 방식이다.

그 외에도 “여성의사 비하” 발언, “국내 의사가 하나도 남지 않을 경우 전세기로 환자를 실어날라 치료할 테니 비용을 책임지라”는 발언, 카데바(의료용 기증 시신)를 물건 취급하는 듯한 수입 발언, 해외의사 면허 허용 발언 등 의사와의 전쟁 와중에 그가 뱉은 말들은 의료분쟁에 불길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싸움의 제3자이면서 실질적인 피해자들인 국민들마저 박 차관이 의료분쟁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감싸고 돌았고, 결국 계엄선포에서 의사들을 ‘적대세력’으로 모는 어처구니 없는 초등생도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의료계는 박 전 차관이 차관에서 물러난 지금도 성명서를 통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이상경 차관의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든, 단순한 말실수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 그 인식은 대통령에 대한 인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신속한 사퇴와 결정은 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그에 앞서 인선이 중요한데 그래서 이론만 가진 사람이 아닌 현장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런 말실수는 나올 수가 없다. 이 차관이 강단에서 교과서만 다뤘으니 부동산에 대한 국민 민심을 알 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관료가 된 박민수 전 보건복지부차관이 의료계 현장을 모르고 아무 때나 망발을 해댔던 것은 현장을 모르는 비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란 말이 예나 지금이나 바이블인 이유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