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역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지방자치단체 행정 관련 정책 결과에 대한 평가나 예산운영 등 실무적인 측면 보다는 정치적인 공방이 이어지면서 중앙부처 국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주 진행된 서울, 경기, 인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는 오세훈과 명태균씨와의 관계가 집중 거론됐고, 경기도는 전임 이재명 지사 시절의 문제점 중심으로 질의 응답이 있었다. 인천시 국감에서는 윤석열 내란에 대한 동조여부와 대선 경선과정에서의 불법선거운동 등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번 수도권 국감은 내년 6월 3일 있을 지자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과 인천을 지키려는 데 온 힘을 쏟았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인천은 물론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서울시장을 되찾으려는 데 힘을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국감, 한강버스·부동산·명태균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버스' 실패와, 10·15 부동산대책에 대한 협조여부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식 운항 열흘 만에 고장 등의 문제로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전환한 한강버스를 두고 대중교통이 아니라 유람선이라며 공세를 펴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몰이 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해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식의 추궁을 이어갔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정치적인 스케줄이라는 것은 오해이고 선박 건조 등 현실적 이유로 지연됐던 것이다”면서 “사업을 백지화했다면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증가했을 것이다”고 사업 강행 이유를 설명했다.
한강버스 사업은 추진 초기부터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었다. 선착장과 육상대중교통 수단과의 거리가 있어서 실제 출되근용으로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에 더해, 선박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제조능력 측면에서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시험운항에서 고장이 다수 발생해 현재 운항이 중지돼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세번째 부동산대책인 10.15수요억제책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서울시가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10.15부동산대책이 수도권 집값 잡기 위한 대책인데 정작 핵심 지자체장인 서울시가 협조를 하지 않아 효과를 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오 시장은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을 강조하면서 “이번 수도권 부동산 대책을 만들면서 서울시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실무진 차원에서 저희가 어떤 것을 우려하는 지 국토부가 감을 잡고 있었기에 상세한 입장을 듣고 싶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해 처음부터 정부와 서울시 간의 입장차가 컸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서울시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효과를 묻자 “단기적으로는 효과가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면서 “지정에 신중했어야 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주택공급을 충분히 못 한 것은 서울시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비판에 대해서는 "민간 활력을 북돋워야 하는데 착공이 어려운 건설업계 불황이 큰 원인이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자잿값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이나 결과론적으로 책임지라고 하시면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는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 고성을 지르면서 “시장 선거에서 도와줬는데 밥 한번 사줬다면 이렇게는 하지 않았다”면서 2번만 만났다는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해 7번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다음 달 8일 오 시장과 특검에서 대질신문을 한다”며 “사실관계를 묻더라도 답변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질신문에서 밝히고 싶은 게 많다”며 “여기서 밑천을 미리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말해 소리만 요란하고 내용이 없는 국감분위기를 만들었다.
■경기도 국감, 이재명 지사 때의 재난지원금·거북섬 추진, K-컬처밸리 지연
지난 2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질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이재명 당시 당 대표와 다른 길을 가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힘을 모으면서 문재인 사단을 대거 영입한 바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지사에 대해 비명의 대표적인 인물로 분류하고 거리를 뒀지만 대선 이후 김 지사가 친 이재명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이면서 다소 민주당의 공격이 무뎌진 모습이 이번 국감에서 나타났다.
지난 2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채무가 우선 쟁점으로 대두됐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도민이 받을 때는 10만 원씩 크게 생활에 도움도 안 되는 돈을 받았는데 2029년까지 꼬박 후임 도지사가 갚아야 한다”며 “특히 도로나 상하수도 등을 만드는 기금에서 온 돈으로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제 상황에 맞는 경제 재정, 정책이 필요한 것이고 그 당시에 어려워진 단계의 상황에서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유세 과정에 거북섬에 오면 우리(도)가 나서서 해줄테니까 유인해 인허가와 건축 완공을 2년 만에 해치웠다. 지금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지사는 “거북섬은 유치할 당시 도가 기여를 한 건 사실이지만 도비가 들어간 적도 없고 운영에 아무 상관이 없기에 자료를 저희가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하면서 이 대통령 보호에 나섰다.
한편 고양 K-컬처밸리 착공 지연, 대북전단 살포 관련 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의 순찰 활동 허위 보고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반면 기후보험, 주 4.5일제 등 도정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주 4.5일제에 대해,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도가 시행 중인 기후보험의 정의와 확대 방안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천시 국감, 계엄동조 여부·불법 선거운동·쓰레기매립지 공방
지난 20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인천시정에서 진행된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우선적으로 지난해 12.3비상계엄 당시의 인천시 동조 의혹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총괄위원정인 전현희 의원이 지난 8월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이 비상계엄 당시 청사를 폐쇄하고 비상간부회의를 진행한 것은 내란 동조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공방이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계엄 당일 인천시청에 출입증을 가진 공무원과 기자들이 정상 출입을 하는 등 청사를 폐쇄한 사실이 없고 다음 날 시장이 계엄 선포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시가 내란에 동조했다는 민주당 주장은 무차별적 정치 공세이며 내란 동조를 앞세워 국민의힘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공격하고 내년 지방선거에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감 답변을 통해 “계엄 선포 후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해 지역 안전과 시민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시장의 당연한 업무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감에서 유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세를 집중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불법 선거운동 의혹으로 인천시청이 경찰 압수수색 받고, 공무원들이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선거운동을 한 것은 공직사회의 정치적 중립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대체 매립지의 조속한 확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유 시장은 “임기 중에 매립지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한 것이고 이는 대체 매립지가 결정되면 해결되는 문제”라면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는 누구도 진전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던 것을 제가 민선 6기 인천시장 재임 시절 4자 협의체를 구성했기 때문에 현재 대체 매립지 조성 합의사항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벌써부터 수도권 지자체장 선거전에 돌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면서 “특히 민주당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대항마로 내놓을 인물이 마땅치 않고, 그나마 김민석 총리는 지난번 종교인 정치세력화에 이어 부동산문제까지 터지면서 우선적으로 오 시장 흠집 내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김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