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듣기 불편해하는 별명인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에 맞는 행동이 중국 시진핑을 상대로 또 나타나 세상의 놀림거리가 되고 있다.
타코는 치킨게임에서 먼저 해들을 꺾어 굴복하는 모습을 항상 보인다는 트럼프의 행동패턴을 빗댄 신조어다.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또 보였다. 트럼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틀 전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로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일로서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도 통제하겠다”고도 했다.
강도 높은 비난도 이어갔다 “트럼프는 “중국이 그동안 영구자석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를 조용히 대량으로 확보해 독점적 지위를 형성했다”면서 “음험하고 적대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달 말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제)에서의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표현도 올렸다.
일시에 불똥은 APEC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에게로 튀었다. 자칫 미중 정상이 빠진 무늬만 APEC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SNS 발언으로 미국 뉴욕증권시장은 파랗게 질렸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금값 이외의 대부분 자산이 폭락했다. 각국의 환율은 대폭 상승해,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를 순식간에 뚫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돌진에 브레이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12일 중국 시진핑은 트럼프를 향해 ‘이중잣대’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관세부과를 고집하면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통제 조치는 법률과 규정에 따라 신중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수출 통제를 오용해 중국에 차별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반박은 다분히 논리적인 면을 담고 있다. 이 대변인은 양국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미국이 지속적으로 대중국 제한조치를 발표해 협상을 흐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수의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 및 특별 지정 국민(SDN·국가안보 위협 등을 명목으로 지정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시킨 것과, 수출 통제 대상 기업의 자회사까지 통제 범위를 확대해 수천개 중국 기업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미국이 오는 14일부터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중국 회사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해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한 것도 지적했다. 중국도 여기에 대응해 같은 날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선박 특별 항만 요금’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자국법을 근거로 다른 나라 기업을 규제하는 롱암(Long-arm) 관할’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었다. 반도체 장비 및 칩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수출통제 목록이 3000개 이상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중국의 통제 품목은 900역개에 그친다는 주장도 했다.
중국 측은 끝으로 “관세전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서 “미국은 잘못된 행위를 시정하고 양국 정상간 통화의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고 어렵게 쌓은 성과를 유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누가 봐도 트럼프는 비논리적이고 시진핑은 논리적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는 오는 11월 10일 협상 연기 90일 만료 이전에 최종 협상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늘 하던 것처럼 협박장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월 29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칼자루를 쥐기 위한 사전 압박으로도 해석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 협상의 기술을 알고 있다는 듯이 시진핑은 침착하게 원칙론으로 맞서면서 여론은 중국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트럼프가 핸들을 급하게 꺾는 타코의 모습을 보였다. 백기를 양손으로 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으로서 중국은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고 누그러진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서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치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고 유화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트럼프는 이스라엘로 가는 에어포스원에서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여전하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지만 어떻게 될 지 보자”면서 “11월 1일은 내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고 답변했다.
중국 시진핑의 논리적 반박에 한발이 아닌 몇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여 “역시 타코”라는 평가를 또 받게 됐다.
경제계 전문가는 “트럼프가 당초 관세폭탄을 때린 가장 큰 배경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주저앉히려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희토류와 미국 물가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나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미중 협상 최종 시한이 11월 10일로 한달이 채 남지 않아 막판 조율 과정에서 트럼프가 협상의 기술을 걸었는데 시진핑이 되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