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한강 주변의 아파트 단지들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DB
부동산시장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면서 시작한 이재명 정부가 임기 시작 4개월 여 만에 다급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정부가 세번째 부동산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7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한달 여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6.27수요억제책은 ‘맛보기’라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상황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수도권 집값이 뛰기 시작하면서 지난 7월 기준 수도권과 지방 간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가 17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취임 20여 일만에 첫번째 부동산대책인 6.27수요억제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대책이 아닌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여유를 부렸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들기는커녕, 대책 3주일 만에 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현상이 벌어지자 정부는 9.7공급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9.7공급대책의 핵심은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총 135만가구를 착공해 공급부족에 따른 부동산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여기에 공공주택 공급의 주체인 LH의 역할을 기존 택지분양에서 직접 시행으로 바꿔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인데, 시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부동산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나머지 도심지 주택공급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부동산대책 때마다 보던 메뉴이기 때문에 시장은 의미 없는 대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6.27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묶어놨고, LTV도 강화했지만 이제 부동산시장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리그가 되면서 강남,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에 이어 광진구까지 블루칩 지역에 합류했고, 경기도는 과천과 성남이 준 블루칩 반열에 올랐다.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결국 강북 14개구로까지 번졌고, 경기도까지 합세해 수도권 전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칫 규제책이나 공급책 모두가 호재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주말에 곧바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번째 부동산대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보유세 강화, 대출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우선 보유세 강화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세제를 통한 부동산시장 조절은 하지 않겠다는 공약에 배치되는 대책이지만, 6.27수요억제책 당시에 당연히 들어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 수준이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고, 거래 관련 세부담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빚내서 비싼 집을 산 경우에도 낮은 보유세를 물면서 버티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팔 경우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민간부동산자산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0.21%로 OECD 평균 0.24%에 미치지 못해 낮은 편에 속한다. 부동산 자산이 국민 자산의 75%에 이르는 나라 치고는 낮은 부과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거래세는 OECD 평균의 몇 배에 달한다. 총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은 한국이 6.12%로 OECD 평균 2.08%의 3배에 근접하고, 민간부동산 대비 거래세 비중은 한국이 0.22%인데 반해 OECD 평균은 0.11%로 한국이 딱 2배 수준이다.
아파트가 조정대상지역에 있거나 3주택자 이상일 경우에는 취득세가 최고 12%까지 올라간다. 양도세율도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추가 10%에서 30%까지 중과세율이 부과된다.
6.27대책 당시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내리는 정책을 집어넣었다면 지금 시장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부동산대책에 공시가격 과표 현실화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것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와 함께 보유세 비율 자체를 구간별로 차등화해서 높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 현재 강남3구와 용산 이외에 마포, 성동, 광진구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지역 지정은 임시방편 성격이 강하고, 규제지역 이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재미를 보지 못한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급대책은 추가로 내놓을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지난 9.7공급대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9.7공급대책의 핵심은 LH의 역할 변화였는데, 아직까지 LH 사장 선임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비전문가인 국토부장관과 제1차관이 부동산시장을 끌고 가고 있는 것 역시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비전문가인 이상경 차관이 LH 혁신의 선봉에 서있는데, 부동산 공급의 선봉이 된 LH가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전혀 구체적인 공급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공급 관련 시장이 불신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이유를 들면 공급부족에 따른 수요공급의 원칙이 깨진 것이 첫번째 원인이고,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이 시장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고, 금리인하 추세에 따라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금리인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의 유동성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동산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막는 방법은 보유세 인상을 통해 보유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거래세를 대폭 낮춰서 탈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만일 세번째 부동산대책마저 6.27대책이나 9.7대책처럼 알맹이가 빠질 경우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블랙홀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부동산시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엄청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은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내성이 생긴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세제대책 등은 직접 금전적인 부담이 되는 만큼 시장 반응은 즉각적일 가능성이 큰데 문제는 한번 정한 규제책은 쉽게 바꾸지 말고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시장이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